“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거 봐라, 할매(박근혜 전 대통령)가 직접 보냈다’며 이재만 전 대구 동구 구청장에게 보낼 연설문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 박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은 이렇게 증언했다.
석 달 뒤인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박 전 대통령의 공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실 행정관과 비서관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행위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직원들의 진술이 모두 박 전 대통령의 유죄를 가리켰다는 설명이다.
당시 신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경쟁 후보로 내세웠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신 전 비서관은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박 전 대통령은 현 수석에게 ‘유 후보 사무실에 있는 대통령 존영을 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며 “현 수석은 이 지시를 저한테 전달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할매 또 전화 왔다’고 하곤 했다”고 말했다. 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친근감의 표시로 할매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4·13 총선 전 불법 여론조사를 통해 정무수석실에 '친박' 의원들의 선거 전략을 수립하게 하고, 이들이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서 유리해지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신 전 비서관 등 정무수석실 직원들의 증언을 유죄 증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현 수석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무수석실 행정관, 비서관들은 ‘친박 당선 전략’ 등의 자료를 작성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진술도 여기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정무수석실 차원의 선거 개입 행위에 박 전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지시와 승인이 있었다는 취지다.
박 전 대통령의 선거 개입 행위가 단순한 ‘판세 분석’ 수준이 아니라는 점도 법원은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당시 새누리당 당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이 선거에 대한 단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이 관여한 행위는 이른바 ‘비박’ 배제와 ‘친박’ 당선이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한 것이라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