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한반도 운전자론’ 또 비난…“운전자는 커녕 조수노릇도 못해”

입력 2018-07-20 14:08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이병주 기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20일 ‘주제넘는 허욕과 편견에 사로잡히면 일을 그르치기 마련이다’는 논평을 내고 “화해평화분위기를 푼수없이 휘저으며 관계개선을 저해하는 온당치 못한 발언들이 때없이 튀어나와 미간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최근 남조선 당국은 여러 계기에 저들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공동의 인식 밑에 남북수뇌회담과 북미수뇌회담에 이르는 ‘력사의 대전환’을 이끌어냈다고 사실을 전도하며 체면도 없이 자화자찬하고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또 “(우리 정부가)북과 미국이 국제사회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제넘는 발언도 늘어놓았다”며 “일부 언론이나 학자의 견해가 아니라 남측의 국책에 따른 고의적인 여론 확산이며 고위당국자들이 그 주창자로 나섰다”고 했다.

노동신문은 최근 ‘평화 무드’가 우리 정부의 노력 때문이 아니라 북한 측이 ‘대범한 조치들을 과감한 실천행동으로 보여줘서’ 가능했다며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꼬집었다. 신문은 “원래 운전자라고 하면 차를 몰아갈 도로를 선택하고 운전방향과 속도 등을 스스로 판단하고 조절해 나가는 사람”이라며 “남조선 당국이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자기 주견을 가지고 제 마음먹은 대로 실천해 나가고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대북 제재 유지와 한미연합훈련도 지적했다. 신문은 “판문점 선언에 도장을 찍고 돌아앉기 바쁘게 미국과 야합하여 우리를 겨냥한 극히 모험적인 연합공중전투훈련을 강행했다”며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피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변국들을 찾아다니며 ‘대북제재 압박공세의 지속’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구걸하고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외세 결재를 받기 위해 미국이요, 일본이요 하며 불쌍하게 동분서주하는 것이 바로 남조선 당국이 제창하는 ‘주도적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남조선이 운전자는 커녕 조수노릇도 변변히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나온 력사를 통해 알고도 남을 너무나 명백한 리치”라며 “허황된 운전자론에 몰입돼 쓸데없는 훈시질을 해대는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과정에 풍파를 일으키고 불순세력들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불행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지금과 같이 중대한 시기에 함부로 설쳐대지 말아야 한다. 충고하건대 이제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민심의 요구대로 우리 민족끼리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이같은 비난은 최근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논의 등 북측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한 진전이 없어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8월에도 ‘제 푼수도 모르는 가소로운 대화의 조건 타령’이라는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처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헛소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 몸값에 맞는 의자에 앉아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처사가 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