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모자, 관세 역풍 맞아

입력 2018-07-20 14: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포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자 가격까지 올려놓을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0일 20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모자 제품도 포함됐다. ‘마가(MAGA hat·Make America Great Again)모자’라고 불리는 트럼프 모자도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SCMP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문구가 박힌 모자를 들어올리고 있다.

이 모자는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를 상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유세 등 주요 행사 때마다 마가 모자를 즐겨 썼다. 지지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열린 반트럼프 시위에서는 시위대가 이 모자를 불에 태우기도 했다. 유명 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은 마가 모자를 쓰고 트럼프 대통령을 흉내 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마가 모자 가격이 현재 12달러(약 1만4000원)에서 20달러(약 2만30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자가 대부분 중국산이어서 이번 대규모 관세 부과에 따라 관세 10%가 붙게 되는 탓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유통업체들은 중국 대신 미국 내 제조업체에 주문을 맡기기 시작했다.

한 마가 모자 공급업체 사장은 “미국과 유럽 등으로 모자 제품을 수출하는데 이번 관세 부과로 사업에 큰 악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무역전쟁이 계속되면 미국이 아닌 다른 시장을 뚫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전쟁에 나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은 서로 상대 국가의 상징적인 물품에 관세를 물리고 있다. EU는 미국의 상징적인 오토바이 회사인 ‘할리데이비슨’을 겨눴다. EU가 지난달 22일 이륜차 품목 관세를 5%에서 31%로 올리자 할리데이비슨은 사흘 만에 생산 공장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상징이라고 불리던 할리데이비슨이 떠나기로 하자 미국 사회가 들썩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분노를 터뜨리며 할리데이비슨을 비난하고 “전례 없는 세금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