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제 20년 만에 최악…“지난해 성장률 -3.5%” 한국은행 추정 발표

입력 2018-07-20 13:36 수정 2018-07-20 13:37
지난 17일 함경북도 경제현장 시찰을 위해 나남탄광기계연합기업소 9월1일 기계공장을 찾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간부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노동신문

북한 경제가 이른바 ‘고난의 행군’을 겪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 사회의 강도높은 대북 제재와 극심한 가뭄,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경제 전체가 위축된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6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6.5%를 기록한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남한의 GDP 성장률(3.1%)보다 6.6% 포인트 낮다.

한은이 발표하는 북한 경제지표는 우리나라 가격과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추정한다. 남북한 경제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으로 일컬어질 정도의 대기근에 시달렸다. 1995~1998년엔 홍수와 가뭄이 매년 반복됐다. 곡물 생산이 안 돼 배급이 끊길 정도로 실물 경제가 안 좋았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조금씩 성장세를 보였다. 2005년엔 3.8% 성장을 기록했고, 2010년(-0.5%)을 제외하고는 0.4~1.3% 사이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2016년엔 3.9%까지 뛰어올랐지만 지난해 다시 내려앉은 것이다.

한은 측은 “지난해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수출이나 생산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농림업 비중이 큼에도 지난해 기후가 안 좋았고, 전력 사정도 좋지 않은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 분야 성장률은 2016년 2.5%에서 지난해 -1.3%로 꺾였다. 가뭄 등으로 곡물 생산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광공업도 석탄을 중심으로 -11.0%의 성장률을 보였다.

제조업도 전년 8.4%에서 지난해 -6.9%로 역성장했다. 에너지 자원 부족으로 중화학공업 생산(-10.4%)이 위축된 탓이다. 수력발전량이 줄면서 전기·가스·수도업도 -2.9로 부진했다. 건설업도 -4.4%로 2006년(-11.5%)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0.5% 성장하긴 했으나 2013년(0.3%) 이후 가장 낮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