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한복 무료입장 고궁 가이드라인 “너무 전통적! 지금과 맞지 않아”

입력 2018-07-21 08:55


네이버 인기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의 17일자 특별 외전 4화에서 한복을 입고 고궁을 데이트하는 주인공 커플의 모습이 나왔다. 한복 데이트는 1020세대 커플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날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와 같은 전통적인 한복을 착용하지 않은 것이 네티즌 사이에서 회자됐다.

한 네티즌이 “실제로는 여자가 남자 한복을 입으면 무료입장이 안 된다”며 댓글을 달았다. 웹툰 여자 주인공이 저고리에 치마를 입기 대신 조선 시대 무관들이 입던 군복을 입은 것에 대한 반응이다. 그 네티즌은 여자가 남자 한복을 입었을 때 무료입장이 안 된다는 점을 작가가 다음 화에서 언급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했다.


에 대중은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수정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전통 한복이어도 남자가 치마를 입든 여자가 바지를 입든 구분 짓지 말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남여를 나눈 가이드라인이 성차별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면 한복은 ‘전통 의상’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한복 무료관람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창경궁 등 고궁을 입장할 때 한복을 입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한복 착용자 무료관람의 취지는 한복의 대중화 및 세계화라고 경복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무조건 아무 한복이나 입는다고 무료 관람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만든 ‘한복 무료입장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이렇다. 1. 전통한복ㆍ생활한복 모두 무료관람 대상이다. 2. 성별에 맞게 상의(저고리)와 하의(치마, 바지)를 모두 갖춰 입는 것이 기본이다. 두루마기만 걸친 경우에는 한복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상ㆍ하의를 반드시 모두 갖춰 입어야 한다. 남성은 남성 한복, 여성은 여성 한복 착용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한다. 특히 문화재청은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남성은 남성 한복, 여성은 여성 한복 착용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안내한 부분이다. 문화재청은 ‘성차별적인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라’는 민원이 국민신문고, SNS 등 온라인상에서 들어온 적이 있다고 밝혔다.


민원인들은 주로 남자는 남자다운 것이, 여자는 여자다운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또한 성 역할 구분은 다양한 역할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고, 인간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복 성별을 바꿔 ‘교차 착용’했을 때 부작용과 민원도 많다고 밝혔다. 한복이 ‘전통 의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지나치게 희화화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남자가 저고리는 입지 않고 다니거나 왕의 곤룡포를 입고 풀어헤치고 다니는 경우 “한복의 품격을 떨어트린다”는 민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한복 자체가 전통의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든지 성차별이라는 입장 등을 수렴해서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탄력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고궁을 방문했을 때 처음 보는 한복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 있어 안타깝다”며 “한복 착용자 무료 관람 정책 취지가 한복의 대중화와 생활화, 세계화를 위한 것이었는데 지나치게 희화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문화를 보존 발전시켜야하는 특성 상 고궁이라는 전통 장소와 한복이라는 전통 의복을 결합시켜서 우리 전통 문화를 홍보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성차별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생각함과 동시에 교차 한복을 허용했을때 그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해야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세계인의 눈에는 자신이 ‘한복 홍보대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별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세웠지만 굳이 교차 착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한복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의 기준이 바뀔 것이다. 동시에 성차별 논란도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싶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