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서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은 국민의 진짜 적인 가짜뉴스를 제외하면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며 “테러, 이스라엘 안보, 핵확산, 사이버 공격, 무역, 우크라이나, 중동 평화, 북한 문제 등 논의된 많은 것 중 일부를 시행할 수 있도록 두 번째 회담이 열리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을에 워싱턴DC로 초청하라고 지시했고 이미 양측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차 정상회담 추진이 공식화됐지만 지난 정상회담으로 인한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범죄혐의자 맞조사는 없던 일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정보기관 요원 12명을 미국에 보내 법무부 조사를 받게 하는 대신 러시아가 사기 혐의를 주장하는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 등을 조사하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믿기지 않는 제안”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졌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를 현명하다고 할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면서 “러시아에는 ‘법의 지배'가 없고 푸틴의 통치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상원도 러시아 정부가 미국의 외교관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조사하도록 두어선 안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19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국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제안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고 주장해 온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코츠 국장은 이날 콜로라도주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사회자로부터 2차 정상회담이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다시 말해 보라”고 되묻고는 이내 한숨을 쉬며 “알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정상회담이 끝난 후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대한 미국의 수사는 우리나라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자국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의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한 이 발언에 미 언론은 ‘반역적’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했지만 미국 내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코츠 국장은 사임설까지 돌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