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년3개월 만에 국가가 당시 희생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판결로 확인된 것이다. 다만 법원은 당시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 등 지휘부 책임은 인정하지 않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서 미완의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세월호 희생자 유족 355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19일 판시했다. 희생자의 배우자는 8000만원, 친부모는 4000만원, 조부모·형제자매·자녀는 각 500만∼2000만원의 위자료가 산정됐다.
희생자가 60세까지 생존했을 경우의 예상 소득도 반영돼 부모 한쪽만 있으면 약 3억1000만∼3억3000만원, 양부모와 형제자매 등이 모두 있을 경우는 최대 6억8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이들은 2015년 4·16세월호참사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의 국가배상금을 거부하고 같은 해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위원회에서 배상금을 받으면 민사상 화해의 효력이 생겨 국가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유족의 소송 취지대로 국가와 청해진해운의 공동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먼저 “청해진해운은 과적·고박불량 상태로 세월호를 출항했고,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를 지시한 뒤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며 청해진해운 측 책임을 지적했다.
이어 국가 책임에 대해 “사고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김경일 목포해경 123정장이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희생자들은 배가 완전히 전복될 때까지 공포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유족들 역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위자료 지급 필요성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휘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유족 측이 주장하는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 진도 관제센터의 관제 실패,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지휘 등과 희생자들의 사망은 인과관계가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 측 소송대리인 김도형 변호사는 이날 “국가 책임에 대한 규명이 굉장히 미흡하다”며 “세월호 사건에 대해 기존 형사재판이 인정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유경근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소송은 정부와 청해진해운의 구체적인 책임에 대해 법원의 정확한 판단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며 “2심에서 국가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더 큰 책임을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