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구조본부는 쏙 빠지고 해경 123정장 1명만 ‘국가 책임’?

입력 2018-07-20 05:00


국가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무려 4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 책임’의 범위를 현장에 최초 출동한 김경일 전 목포해경 123정장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으로 한정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구조본부, 진도 관제센터 등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의 총체적 지휘 부실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유족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부장판사 이상현)는 전명선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350여명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희생자 친부모에게는 각 4000만원, 형제자매·조부모에게는 각 500만~2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책임과 관련해 “세월호 사고의 현장지휘관이었던 목포해경 경비정 123정의 김경일 정장이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 처음 도착한 김 전 정장은 현장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유족들이 제기한 지휘부 책임에 대해서는 “국가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 진도 관제센터의 관제실패 행위,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지휘 등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선 희생자들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4년여만에 ‘국가 책임’이라는 법원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참사 당시 박근혜정부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김도형 변호사는 “국가 책임에 대한 규명이 굉장히 미흡하다”며 “세월호 사건에 대한 기존 형사재판에서 인정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가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단순히 정부나 청해진해운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었다”며 “도대체 국가와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잘못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는 거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심에서는 국가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더 큰 책임을 물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