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은 실행을 염두에 둔 계획으로, 철저한 수사와 기무사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등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촛불무력진압과 기무사 민간인 사찰’ 토론회에서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령 문건이) 계엄시 정부부처를 감독하는 계엄협조관 파견,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 운영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미뤄 볼 때 실행목적 하에 작성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계엄령 문건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문건으로 보기에는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게 하 교수의 지적이다. 앞서 계엄령 문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지난 11일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측은 기무사 문건이 “단순 검토 자료였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하 교수는 “당시 야당 등 정치권의 의혹 제기에 대해 관련 내용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한 전 장관의 주장은 내용의 구체성에 비춰 설득력 없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 교수는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의도에서 작성됐는지 등 몇 가지 사실관계가 특별수사단의 수사로 확인돼야 문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위수령 발령에도 경찰력만으로 치안확보가 곤란한 상황이 되면 계엄을 선포하고 구체적 증원부대와 담당구역까지 지정한 것으로 보아 실제 군부대 출동을 염두에 둔 실행계획이며, 계엄의 법적 요건의 절차에 관한 검토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한 보안대책 강구하 임무수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음’이라는 문건의 마지막 문구에 대해서도 “이는 상황 대비를 위해 작성하는 통상적인 업무상 검토문건이 아니라 실행계획임을 드러내는 문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주민 의원은 “기무사의 정치개입 여지를 차단하고 대대적인 개혁을 꾀해야 할 때”라며 “법안 개정 등을 통해 다시는 민간 영역에 기무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