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다시는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2015년 인천 연수구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에게 김치를 억지로 먹이고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어린이집의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3년 후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근절되지 않았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11개월 된 A군을 강제로 재우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년 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는 2015년 427건에서 지난해 815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학부모들은 ‘이래서 어떻게 아이를 맡기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에 머무른다고 지적한다.
19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원생을 재우는 과정에서 몸을 누르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김모(59·여)씨를 조사 중이다. 경찰은 “A군은 이날 오전 부검이 끝나 장례식장으로 안치됐으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내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서구청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한 운영정지 및 폐쇄조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4살 난 여자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갇혀 사망한 사고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불안과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사회는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장려하지만, 이러한 사고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데 어떻게 안심하고 아이를 키우겠느냐”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봇물을 이뤘다.
평가인증제 도입, 보육교사 교육 강화 등 정부가 3년 전 내놓은 방안은 이번 참사를 막는 데 무용지물이었다. 김씨의 학대는 CCTV 앞에서도 버젓이 일어났다. 또 김씨가 소속된 어린이집이나 동두천의 갇힘 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 모두 정부의 평가인증제를 통과해 안전이 보증된 곳이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사실상 평가인증은 어린이집에서 제출하는 안전시설 점검표 등을 기반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동 학대를 사전 예방할 순 없다”고 말했다. 보육교사 교육에 관해서도 장화정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교육이 1년에 1시간만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적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교육 없이 누구나 쉽게 보육교사가 될 수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본다. 현재는 인터넷 강의 몇 시간을 수강하고도 3급 보육교사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장정희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일본은 보육교사 대부분이 공무원이고 인기 있는 직업”이라며 “보육기관도 초·중·고등교육 기관처럼 교사 자격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처우를 개선해 좋은 인력풀을 갖춰야한다”고 지적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