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한 여고 국어교사가 고대가요 ‘구지가’를 설명하다 성희롱 징계를 받은 사건과 관련해 “(피해를 주장하는 측은) 네이버에도 성희롱 혐의가 있는 (구지가 설명)글을 삭제해달라고 주장하라”고 썼다. 온라인 지식백과 용어설명에도 나와있는 구지가 해석에 대해 성희롱으로 몰아가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황씨는 지난 1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네이버 지식백과에 소개된 ‘두산백과’ 구지가 용어설명을 언급했다. 그는 구지가 내용 중 ‘거북의 머리와 목은 남성의 성기를, 구워먹겠다는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것으로 보고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로 보는 견해가 있다’는 용어설명 일부를 인용했다. 황씨는 그러면서 “(이게 성희롱이라면) 네이버에도 이 글 삭제를 주장하시고, 이 문건 작성자를 찾아내 법적 처벌을 요구하라”고 적었다.
황씨는 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제기한 성희롱 폭로는 구지가 해석 부분이 아니라 해당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한 기사 댓글에서 이 학교 학생 등의 글을 봤다. 구지가 설명 외에도 선생에게 여러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그러면 그 여러 문제만으로 선생에게 항의해야지 왜 구지가에 대한 ‘설명’도 문제삼았는지 안타깝다. 많은 문학선생들이 난감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이 사건은 앞서 지난 13일 인천의 한 여고 교사가 “고대가요 구지가와 공무도하가 등 문학작품을 설명하다 학교에서 성희롱으로 결정해 징계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구지가에 대한 해석이었다. 이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오해하지 말고 들으라고 강조했고, 특정 학자가 주장한 학설이라고도 했는데 전체 맥락을 빼고 남성의 성기만을 강조한 교사가 됐다”며 억울해했다.
두산백과에서는 구지가에서 나오는 ‘거북의 머리’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히고 있다. ▲잡귀를 쫓는 주문 ▲신(神) ▲희생무용에서 가창된 노래 ▲‘거북의 머리와 목’은 남성의 성기, ‘구워 먹겠다’는 여성의 성기를 은유한 것으로 보고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노래로 보는 견해 등이다.
하지만 교사의 성희롱 혐의를 제기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단지 구지가에 대한 해석 뿐 아니라 평소 이 교사의 성희롱적 언행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이 교사의 평소 언행을 폭로한 글쓴이는 해당 교사가 수업시간에 “동창들과 룸에서 놀았지만 여자와는 안 놀았다” “룸살롱 일하는 사람 보니 제자였다”고 말했고, “서산에서 기우제할 때 여자들이 아침까지 소변을 참다 산에서 엉덩이 까고 소변을 본다. 그러면 신이 노하셔서 비를 내려준다”고 말하며 여성의 특정 신체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고 폭로했다.
글쓴이는 “억울하고 답답하다”며 “저희는 피해자인데 가해자가 된 기분이다. 성희롱이 아니라 교권침해로 판결나면 2학기에 또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