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무고죄 형량, 외국보다 높아… 특별법보다 억울한 가해자 없도록 해야”

입력 2018-07-19 14:49

청와대가 무고죄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응답했다. 청와대는 현행 법이 외국에 비해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리고 있으며, 특별법을 제정하기보다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리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청와대 라이브(Live)’에 출연해 이와 같이 밝혔다. 박 비서관은 “무고 범행들 중에서 일부 성폭력 범죄와 관련된 고소·고발이 죄가 없는 사람을 매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돼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정까지 파괴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청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5월 25일 올라온 해당 국민청원은 “미투를 그저 돈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 무죄한 사람을 매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족들까지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다. 죄 없는 남성이 고소당하면 억울하게 유죄판결이 날 경우 5~10년의 실형을 선고받지만 무고죄로 고소당한 여성은 그저 집행유예가 나올 뿐”이라며 무고죄의 형량을 살인죄, 강간죄의 수준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독일은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 프랑스는 5년 이하의 구금형 및 4만5000유로의 벌금, 영국은 6개월 이하의 즉결심판이나 벌금, 미국은 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연방형법 기준)”이라며 무고죄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우리 법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부 국민들이 무고죄 처벌이 약하다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법정형은 외국에 비해 높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무겁게 처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대검찰청의 통계를 인용하며 “2017년 무고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1만219명이나 이들 중 기소된 건수는 전체의 18%인 1848건이고, 그 중 구속은 5%인 94명에 불과하다. 기소가 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량도 징역 1년 안팎이 대부분이고,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박 비서관은 무고죄 처벌율이 낮은 이유로 무고죄의 성격을 언급했다. “통상 고소사건의 피의자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경우, 고소인에게 바로 무고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상당수의 혐의없음 사건은 혐의 유무가 명백한 것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아서 혐의없음 처분을 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에는 무고죄도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사실에 기초한 상태에서 그 정황을 과장한 데 그치는 경우에는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우리나라 무고죄의 법정형은 법정에서 거짓으로 증언하는 위증죄나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낮지 않은 상황이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도 오히려 높은 편”이라며 무고죄 특별법 제정이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보다는 무고한 사람이 가해자로 몰려 재판받거나 처벌받지 않도록 더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무고로 인한 피해가 크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경우에는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을 구형하는 등 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아님 말고’ 식의 고소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비서관이 답한 이번 청원은 지난 5월 25일 시작돼 지난달 24일까지 24만618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국민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한해 답변을 내놓고 있으며, 무고죄 특별법 제정 촉구 청원은 39번째 답변된 청원이다.

우승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