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임신한 계모 살해 혐의 벗은 미국 소년의 사연

입력 2018-07-19 10:44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18일(현지시간) 2009년 당시 임신 중이던 아버지 약혼녀를 엽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11살 때부터 9년간 복역 중이던 조던 브라운(20)을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했다.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정황증거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만장일치로 기존 판결을 번복했다. 브라운은 9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브라운은 아버지의 약혼녀 켄지 후크(26)가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농촌 지역에 있는 이들의 농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후, 그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켄지 후크는 당시 임신 8개월이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후크는 발견 당시 뒷머리에 엽총을 맞아 피가 흥건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학교에 가기 위해 아침에 통학버스를 타려는 어린 브라운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그 후 브라운은 로렌스 카운티 소년법원을 거쳐 상소심에서 1급 살인과 태아 살인 죄목까지 더해진 판결을 받았다. 성인 재판을 받을 뻔 했지만 변호사의 노력으로 소년범 재판을 받기도 했다.

최종심 재판부는 검찰이 브라운 침실에서 발견했다는 엽총이 살인에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고 봤다. 목격자와 DNA 증거물, 지문이 나오지 않았으며 브라운의 옷에서도 희생자의 혈흔 같은 생물학적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이제야 뒤늦은 정의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체포됐을 때부터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해왔다. 그의 변호사는 “어린 시절을 되돌려 줄 수는 없지만, 뒤늦게라도 대법원이 누명을 벗게 해줘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준 것을 반갑게 여긴다”고 말했다.

반면 후크의 부모는 브라운의 무죄 석방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살된 후크의 부친 잭 후크는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크의 모친은 다른 범인이 있다는 것을 믿지 않고 브라운의 석방에 충격을 받아 울고 있다”며 “우리는 지옥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죽은 후크는 전 남자 친구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과 협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살되기 얼마 전에 그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자친구는 후크가 죽기 전날 후크의 부모가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찾아가 난동을 벌이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 남자친구는 처음부터 경찰의 용의 선상에서 배제됐다. 검찰은 브라운이 아버지의 약혼자가 집에 들어온 후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껴 살인했다고 주장하며 브라운의 옷에서 발견된 화약 성분과 통학버스를 타러 나가던 앞뜰에서 발견된 탄피 등을 증거로 제시해 그를 용의자로 기소했다.

원은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