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나가고 싶니?” 춥고 어두운 동굴에서 작고 낮게 울려 퍼진 이 말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갑작스레 불어난 물에 동굴에 갇힌 뒤 무려 16일을 함께 버텨낸 13명은 누구도 먼저 나가고 싶다고 나서지 않았다. 세계인들에게 아름다운 기적을 보여준 태국 유소년 축구선수단 12명과 코치 1명은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듯하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갇혔다 전원 구조된 유소년축구단 소년 12명과 코치는 18일(현지시간) 단체 기자회견에서 구조 첫날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8일 첫 구조작전 당시 코치가 “먼저 나가고 싶은 사람은 말하라”고 했으나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코치 아케는 “갇혀있는 동안 서로 더욱 가까워지면서 먼저 나가려는 생각 자체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동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순서대로 나간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구조를 앞두고 소년들과 코치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컸으나 모두 다 건강한 편이었다고 코치는 전했다.
지난 달 23일 탐험 차 들어갔던 동굴에 갑자기 물이 불면서 입구가 막혔다. 이들의 고립은 이렇게 시작됐다. 동굴에 갇혔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코치는 아이들을 안심시켰고, 차분하게 힘든 시간을 견뎠다. 기적은 이렇게 천천히 이뤄졌다.
이들이 마냥 차분한 마음으로 구조를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안전을 위해 굴을 팠고, 그 부근에 떨어지는 물로 배를 채웠다. 땅을 판 것은 탈출을 위한 시도이기도 했지만 ‘무엇인가를 하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보다 뭐든 하는 게 심리적 안정을 위해 더 나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규칙은 있었다. 물을 마시는 것과 땅을 파는 것 모두 순서를 정해 번갈아 했다. 체력도, 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고립됐던 시간,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좋아하는 음식 생각을 하며 버텼다고 한다. 대답이 참 아이답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