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25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이 가까워지며 당권 주자들의 윤곽도 조금씩 뚜렷해지고 있다. 18일 현재 박범계, 김진표, 송영길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모두 대표적인 ‘친문’ 세력으로 분류된다.
◇ 박범계 ‘투명한 공천권’을 통해 ‘180석’ 목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박범계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당대회는 유능한 혁신가의 공정한 돌풍이 필요하다”며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의원의 가장 핵심적인 공약은 ‘투명한 공천’이다. 박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더 이상의 공천 갑질시비는 없다고 자신 있게 약속드린다”며 “공천을 포함한 각종 인사, 포상, 징계 등에도 전문성과 중립성, 독립성을 강화해서 여러분께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총선 1년 전 예측 가능한 공천룰 조기 확정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시스템 정립(핵심성과지표 개발해 평가에 반영) ▲윤리심판원 권한 및 독립성 강화 등을 공약했다.
◇ 김진표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
다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의원은 김진표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유능한 경제 당대표’를 내세우며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를 살리는 정치, 더불어 잘사는 경제!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성공, 저 김진표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성과를 속도감 있게 만들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경제정책으로는 금융혁신과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를 위해 ▲유능한 경제정당 ▲권리당원이 주인인 민주정당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책정당 ▲항상 열려있는 스마트 정당 ▲지방정권 교체에 부응하는 강력한 분권정당 등 5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 송영길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키겠다”
송영길 의원은 18일 “촛불혁명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키는 당대표가 되고 싶다”며 민주당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송 의원은 이날 ‘소통하는 당대표’와 ‘공정한 공천권 행사’를 약속했다.
송 의원은 “사유화된 당대표권한을 중앙위원 여러분과 당원들에게 돌리도록 하겠다”며 “129명의 국회의원, 130여명의 지역위원회 의원장이 쉐도우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당의 기구에 참여하여 역할을 부여받고 국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각종 선거에서 공천기준을 미리 선정하여 당대표가 임의로 공천기준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인 송 의원은 경제현안 관련 공약으로 “신북방, 남방정책과 대북정책을 국내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킬 수 있게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 나가는 공장이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비롯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문제, 외국인노동자처리문제 등에 획기적인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 친노·친문 ‘끝판왕’ 이해찬, 등장 시 교통정리?
민주당 내 범 친문 세력 중 유력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범 친문 유력후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집권여당 민주당 당권의 향후 행보는 친노·친문 세력의 ‘끝판왕’으로 통하는 이해찬 전 총리의 손에 달렸다는 의견이 많다.
이 전 총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혀왔다. 국무총리 재직 시 ‘행정수도 이전’을 주도하며 ‘대표적인 책임총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후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7선의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 친문 세력들은 ‘알아서’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권에 도전하는 여러 후보들은 이 전 총리의 출마에 대해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15일 “이 전 총리는 최고의 국정운영과 경륜을 갖춘 분이고, 당의 위기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 앞장섰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이 전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1년9개월 뒤 총선을 치르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깊이 고민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상은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범계 의원은 지난 16일 이해찬 전 총리의 당권 도전에 대해 “이 총리님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해박할 수 있을까, 늘 그런 생각이 든다”며 “그 경륜을 귀하게 써야 하는데 국가를 위해 쓰는 차원과 당 대표로 공식 직함을 얻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소 잡는 데 쓰는 칼을 닭 잡는 데 쓸 수 있겠나. 물론 출마 여부는 전적으로 총리님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 후보등록을 이틀 앞둔 18일에도 출마와 관련해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