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 CCTV 영상이 18일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심각한 기체 결함 탓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해병대 사령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헬기는 17일 오후 4시41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이륙 3초 만에 헬기의 회전 날개(메인 로터 블레이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며 추락했다. 영상을 보면 파편이 튀고 연기가 오르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후 날개 부분이 떨어져나간 동체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는 게 보인다.
군 전문가들은 공개된 영상을 보고 기어(트랜스미션) 등 기체결함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고 영상을 보면 메인 로터 블레이드가 곧바로 튕겨져 나간 것이 아니다. 메인 로터 블레이드가 떨어져 나가기 전 뭔가 또 다른 파손 움직임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리온 계열은 애초에 기어박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여기에 해병대형 개발을 위해 로터 블레이드 개조 등의 추가 변형이 들어가면서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마린온은 비좁은 함정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도록 메인 로터 블레이드가 접히는 방식(폴딩 개조)으로 개조됐다. 이 접히는 부분에 추가로 구조 설계가 변경되고 부품도 많아지면서 고장이 발생할 소지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도 기어 쪽 결함을 지적했다. 양 센터장은 “메인 로터 블레이드가 분리된 것은 기어에서 크랙(균열)이 있을 때 일어나기도 한다. 깨진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센터장은 “(마린온의) 원형기종인 유럽의 슈퍼퓨마도 2009년 스코틀랜드와 2016년 노르웨이에서 메인로터가 분리돼 추락해 탑승인원이 전원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슈퍼퓨마 사고의) 연장선상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지상 10m 높이에서 추락한 뒤 폭발한 것과 관련, 연료계통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센터장은 “연료계통은 아주 높은 데서 떨어지면 폭발이 일어난다. 10m 정도 높이에서 떨어져 폭발이 발생한 정도면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 차단장치와 소화 장비가 다 장착돼 있어 동시에 가동돼야 한다. 제대로 작동을 한 것인지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로 개발된 마린온은 2023년까지 총 28대가 단계적으로 전력화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고로 전력화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정조종사 김 중령, 부조종사 노모(36) 소령, 정비사 김모(26) 중사, 승무원 김모(21) 하사, 승무원 박모(20) 상병이 숨졌다. 중상을 입은 정비사 김모(42) 상사는 병원 치료를 받으며 의식을 회복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는 순직 장병 5명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17일부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군 당국은 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항공사고 전문가 등 5개 기관의 25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