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불확실한 시대”…오바마, ‘스트롱맨’의 정치 비판

입력 2018-07-18 17:05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워더러 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강연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스트롱맨(strongman·독재자)’의 정치를 비판했다고 BBC방송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퇴임 후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명확한 목소리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하루 전날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워더러 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이상하고 불확실한 시대”라며 “공포와 분노의 정치가 나타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등 민주주의의 형식만 유지한 스트롱맨의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주의에 근거한 제도와 규범을 훼손하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이것을 연단(podium)이라고 말하는데 여러분이 코끼리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힘을 합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이 없으면 협력할 여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과학자들이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누군가 아니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논란된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친화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종·지역·성별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평등은 이민자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러시아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그 예로 들며 “그들은 서로 생김새가 달랐지만 분명히 같은 프랑스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BBC는 “이민은 국력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지지하는 모든 것을 비판했다”며 이번 강연이 대표적인 스트롱맨으로 꼽히는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말하지 않고도 그의 가치를 비판하는 기술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