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손녀를 수차례 성추행 한 할아버지에게 징역 7년이 선고됐다. 손녀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방관만 한 할머니에게도 징역 8개월형이 떨어졌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아동복지법 상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73)씨와 정모(64‧여)씨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아들이 이혼한 2012년 10월부터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손녀 A양(8)을 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김씨는 손녀가 집에 온 지 2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몸을 치료해준다’며 첫 성추행을 저질렀다. A양이 13세를 맞은 지난해 8월까지 5차례의 성추행을 한 김씨는 성폭행까지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A양이 할머니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흉기를 들고 “죽이겠다”며 정서적 학대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할아버지의 추행을 견디기 힘들었던 A양은 피해 사실을 2015년부터 할머니에게 수차례 털어놨다. 하지만 정씨는 할아버지의 범행을 모른 채 했다. 정씨는 손녀에게 “아빠한테 말하지 마라” “네가 몸 관리를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다” “신고해봤자 네 부모는 너를 키워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김씨는 재판에서 손녀와 어머니가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도 “피해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어린 친손녀를 보호하기는커녕 성욕 만족의 수단으로 이용해 죄질히 극히 불량하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함께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우울증과 정서불안을 겪으며 자살 충동까지 호소하고 있어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서도 “피해 사실을 알고도 2년이 넘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재차 피해를 보게 했다”며 “방임행위의 정도 및 결과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나빠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정씨는 불가피하게 피해자의 양육을 맡아 상당 기간 보호자로서 역할을 수행한 점, 손녀에게 범행한 가해자가 배우자이기에 신고를 하는 등 손녀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