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족에게 “굿을 하지 않으면 다른 가족도 위험하다”며 억대의 굿 비용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7일 수원지법 형사5부(김동규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무속인 A씨는 세월호 참사로 남편을 잃은 B씨에게 2015년 5월 내림굿을 받게 하고 굿 비용으로 1억원을 받았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신 기운이 있어서 남편이 사망했다”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남동생도 위험하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굿을 받은 뒤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고의로 불안하게 한 뒤 이를 이용해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보고 지난해 5월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행위가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올해 2월 무죄를 선고했고,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굿을 받지 않으면 피해자의 남동생이 죽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무속인이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 사실만으로 허용될 수 없는 무속 행위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유족 보상금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선 통상 4000만원 이내인 굿 비용보다 다소 높은 금액을 요구했지만, 무속 행위의 합리적인 대가를 산정하기 어렵다”라며 “피해자는 처음부터 피고인이 말한 규모의 굿을 받길 원해 통상적인 경우보다 큰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