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독립된 거주지 주소가 없다는 이유로 세대분리 신고를 거부한 동주민센터의 결정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세대별 주민등록표를 작성할 때 ‘거주호’를 써야 할 법적 근거 및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한모(53)씨가 서울시 강남구 개포1동장을 상대로 낸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불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한씨의 전입신고는 전입신고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상 세대의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등록사항 정정신고에 해당한다”며 “주민등록을 하면서 주소에 ‘원고 등의 세대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내용을 표기해달라는 입장”으로 해석했다. 또 “한씨가 결혼 이후 별도의 가족을 구성해 언니와 독립된 생계를 하고 있고, 한씨가 원하면 별도의 세대를 구성해 거주지에 주민등록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포1동이 한씨 가족이 거주하는 장소에 독립된 ‘거주호’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세대분리를 신청하는 한씨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면서 “다만 신고를 수리해도 주소에 법령상 근거가 없는 거주호를 병기해야 할 의무는 없으므로 이를 기재하지 않고 주민등록표를 작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1993년부터 무허가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살았으나 2008년 한씨의 집이 철거되고 같은 구룡마을 친언니 집으로 이사해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다. 2013년엔 언니 집 주소에 거주호를 추가 기재해 남편을 세대주로 하고 아들을 세대원으로 편입하는 전입신고서를 냈다.
그러나 개포1동은 한씨의 신청거주지가 구룡마을 관리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호수라는 이유로 전입신고를 반려했다. 이에 한씨는 언니와 독립 생계를 꾸리고 있으므로 전입신고가 수리돼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2심은 이러한 한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구룡마을 관리대장이 행정편의에 따라 임의로 작성되었고 작성한지 4년이 지나 현 상황과 괴리가 있으므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신고자가 거주 목적 외의 의도가 있다하더라도 신고 수리 심사과정에서 이를 고려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1심·2심이 한씨의 정정신고를 전입신고로 잘못 판단한 것은 맞으나 개포1동이 주민등록 전입신고수리 불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원심은 정당하다고 확정판결을 내렸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