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세계 최초 ‘여초’ 상원…WP “여성 의원이 미래 만들 것”

입력 2018-07-17 23:16 수정 2018-07-17 23:17
한 여성이 멕시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열린 1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설치된 투표소에 있는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고 있다. AP뉴시스

멕시코가 전 세계에서 여성 상원의원 수가 남성 상원의원을 앞지른 첫 번째 나라가 됐다. 내각도 절반을 여성 장관으로 채우기로 발표한 상태다. 89년 만에 좌파 정권이 수립된 멕시코가 정치 분야의 성 평등에 적극 나서면서 또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과 총선 최종 개표 결과 여성 후보가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49%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1일 보도했다. 멕시코에서 권력서열 2위로 여겨지는 수도 멕시코시티 시장선거에서도 여성 후보 클라우디아 세인바움이 당선됐다. 지방의회 역시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성 당선자 비율이 50%에 달했다. 이번 당선자들은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내각 역시 의회 못지 않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예비 내각 구성원 16명 중 8명이 여성이었다. 특히 노동·경제·사회복지·에너지 등 핵심 부처 장관에 여성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선거 결과로 멕시코는 세계 최초로 여성 상원의원이 남성 상원의원보다 많이 배출된 나라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여성 하원의원의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됐다. 국제의원연맹은 지난 1월을 기준으로 국가별 여성 의원 비율이 르완다가 61.3%로 가장 높았고, 쿠바 53.2%(단원), 볼리비아 53.1%가 뒤를 이었다고 발표했다. 한국(단원)은 17%로 117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내각에서 여성의 수가 남성을 앞질렀던 경우는 종종 있었다. 오래전부터 성평등 내각을 실천해온 북유럽 국가 외에 스페인에서 지난 6월 페트로 산체스 총리가 새 내각 구성원 17명 중 11명을 여성으로 꾸렸다. 부총리를 포함해 경제·노동·법무·국방·교육·산업통상 등 요직에 여성이 임명돼 화제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내각 장관 22자리 중 11자리에 여성을 기용했다. 하지만 남성 의원보다 여성 의원이 더 많이 당선된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상원에 여성 의원이 더 많이 진출한 것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성 평등 지수가 높지 않은 멕시코에서 여성 의원이 대거 탄생한 이유는 일찍이 여성 후보 공천 할당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WP는 분석했다. 현재 베네수엘라, 과테말라를 제외한 모든 중남미 국가에서 여성 할당제가 적용된다. 멕시코는 2003년부터 여성 후보를 의무적으로 30% 공천하도록 했고 2015년에는 이 비율을 50%까지 올렸다.

멕시코의 여성 정치인들은 15년여 동안 여성 후보 공천 할당제를 위해 앞장서서 싸웠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낙선이 분명한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공천하고, 2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상원에선 여성 후보를 남성 후보와 같이 공천한 뒤 여성 후보가 양보하도록 압박하는 등 각종 꼼수가 동원됐다. 이에 반발한 저명한 여성 정치인들이 2009년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연합해 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결국 2014년 우세 지역구에 45%, 경쟁 지역구에 51%, 열세 지역구에 54%를 여성후보로 공천하도록 선거법이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여성 후보 공천 할당제 때문에 자질 없는 후보가 출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WP는 “법안 통과에 있어 여성 의원들은 남성 의원들만큼 생산적이고 회의 결석 횟수도 적다”며 “평등과 사회 문제에 관심도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여성의원들의 약진은 멕시코에 성 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등 멕시코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