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서 용암 관광에 나섰던 관광객 23명이 용암 폭탄을 맞아 다쳤다고 하와이주 방재당국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부상자 중 한 명은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 제도 빅아일랜드 동쪽 끝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에서는 75일째 용암이 흘러나오고 있다. 용암이 흘러내리는 바닷가는 접근 금지 구역으로 설정됐으나 실제로는 ‘용암 보트 투어’가 이뤄지고 있다.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바닷물에 닿으며 거대한 레이즈(lava·용암+haze·연무)를 형성하는데, 이렇게 펼쳐지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주말 ‘라바 오션 투어(Lava Ocean Tour)’라는 업체에서 운영하는 보트에서 벌어졌다. 농구공만한 돌덩이가 보트로 튀면서 지붕을 뚫고 떨어졌는데 이 사고로 20대 여성 관광객 한 명이 크게 다쳤다. 나머지 승객들은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1000도가 넘는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크고 작은 바윗덩이가 만들어지며 폭탄처럼 주변으로 튈 수 있다. 이번 사고도 이렇게 만들어진 돌덩이가 보트로 날아들면서 발생한 것이다. 보트 지붕을 뚫은 돌덩이 외에도 우박처럼 작은 돌맹이가 보트 위로 쏟아져 탑승객들이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5월 3일 규모 5.0의 지진 발생한 뒤 킬라우에아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미 해안당국은 빅아일랜드 연안을 안전구역으로 설정했다. 연안 입구에서 300m 이내로는 접근을 차단했으나 숙련된 보트 운영업체에는 특별 면허를 발급해 50m까지 접근을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화산학자 웬디 스토벌은 “용암 폭탄은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 때로는 반경 몇 킬로미터까지 날아가기도 할 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