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권력누수? 인민일보 1면에서 사라지고 포스터 사진 훼손도

입력 2018-07-17 16:40 수정 2018-07-19 08:27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뿌린 후난성 출신의 둥야오충. 둥야오충은 지난 4일 상하에서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며 시 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뿌리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해 파문을 일으켰다. 유튜브 캡처

미·중 무역전쟁이 격해지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개인숭배 분위기에도 제동이 걸리는 징후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인민일보 1면에서 시 주석의 동정기사가 사라지거나 신화통신에선 개인숭배를 비판하는 과거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중국 최고지도부가 스스로 우상화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관측과 함께 시 주석의 권력에 누수가 생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과의 관세 부과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일자 1면에서 시 주석 관련 뉴스를 게재하지 않았다. 시 주석 관련 기사가 인민일보 1면에서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시 주석 집권 후 마오쩌둥 시대에 버금가는 수준이던 우상화 작업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1일에는 신화통신이 난데없이 “화궈펑(華國鋒) 잘못 시인”이란 제목의 과거 기사를 인터넷에 게재했다. 1980년 화궈펑 전 당 주석이 지방을 시찰할 때 앉았던 의자를 박물관에 보존하고, 고향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었다가 중앙기율위 조사를 받았다. 화 주석은 기율위가 ‘새로운 개인숭배’ 규정하고 조사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20~30년 안에 재임 지도자의 초상화 게양을 금지했다”는 내용이다.

신화통신은 해당 기사에 수많은 댓글이 달리자 삭제했지만 덩샤오핑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실각한 화궈펑처럼 시 주석도 하야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당초 보도 의도는 시 주석에 대한 지나친 개인숭배 분위기에 속도조절을 하자는 뜻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 사회과학연합회는 ‘량자허 학문’ 연구 프로젝트도 중단했다. 시 주석은 문화대혁명 기간 산시성 량자허촌에서 하방(지식인을 노동현장에 보냄)을 했다. 이를 시 주석의 사상과 연계하는 ‘량자허 연구’는 개인숭배의 한 흐름으로 여겨졌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후난성 출신의 둥야오충(29)이란 여성이 상하이 시내에서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며 시 주석의 사진에 먹물을 뿌리는 장면을 SNS로 생중계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여성은 곧바로 아버지 등과 함께 경찰에 연행된 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고 한다. 이후 중국 전역에서 시 주석의 얼굴 사진을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의 초상화를 철수하고 향후에도 내걸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실제 일부 지방정부는 시 주석의 초상화를 철거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홍콩 명보는 무역전쟁 탓에 시 주석의 정책 노선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고 그의 권력기반도 흔들린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명보는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후닝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대외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낙마할 것이라거나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원자바오·주룽지 전 총리 등 원로 40여 명이 당 정책 노선의 재검토를 요구했다는 소문도 나돈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는 시 주석이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우자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너무 일찍 폐기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에 강하게 맞섰다가 무역전쟁이란 역풍을 맞았다는 비판에서 비롯된다.

중국의 국력에 대한 잘못된 과신과 전략적 판단 착오가 중국 경제에 큰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보는 이러한 소문은 근거가 없고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은 탄탄하다고 진단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