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고소되더라도 해당 수사가 끝날 때까지는 무고 혐의를 수사하지 않는 검찰 수사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17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해당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성폭력 수사매뉴얼은 법령 형태를 띠지 않은 성폭력 사건 수사에 관한 검찰청 내부 업무처리지침 내지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다”며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각하 처분을 내렸다.
헌재는 또 “검찰 수사매뉴얼 자체가 정씨가 주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어렵기 때문에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봤다. 수사매뉴얼 자체가 아닌 수사기관의 수사중단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소원의 청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5월 28일부터 개정된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시행했다. 성범죄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역고소되더라도 성범죄 수사 종료 때까지는 무고 혐의를 수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무고나 명예훼손을 무기로 내세운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 수사매뉴얼이 논란이 된 것은 유명 유튜버 양예원씨가 폭로한 비공개 촬영회에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이 있다. 당시 양씨를 성추행하고 강제 촬영한 혐의로 고소된 스튜디오 실장 정모(42)씨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정씨의 법률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소울 측은 지난달 31일 “수사매뉴얼이 헌법 제27조 4항 무죄추정의 원칙, 제11조 1항 평등권, 제27조5항 형사피해자 재판절차진술권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양예원 사건’과 맞물리며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대한 반대 여론도 거세다. 수사매뉴얼 시행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수사매뉴얼 중단 청원에는 21만7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최고법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수사매뉴얼을 개정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자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스튜디오 실장 정씨는 “모델들의 거짓말에 의존한 수사, 일부 왜곡 과장된 보도로 인해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는 유서를 남긴 채 지난 9일 북한강에 투신했고, 사흘 뒤 시신이 발견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