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부터 교장의 갑질과 성추행까지...교단 총체적 난국에 빠져

시험지 유출부터 교장의 갑질과 성희롱까지...

전국 각 학교의 교단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성적‧생활기록부를 조작하더니 교직원과 학생이 시험지를 통째로 빼내고 교장이 명찰을 바로 채워준다는 구실로 여고생 제자를 성추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7일 D고교 시험지 유출과 관련, 수사관 10여명을 해당 학교와 행정실장 김모(58)‧학부모이자 운영위원장 신모(52‧여)씨 집 등 3~4곳에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은 3학년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가 행정실장 김씨와 학부모 신씨 사이의 뒷돈거래에 의해 유출됐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김씨와 신씨간 금융거래 내역은 물론 디지털포렌식 수사기법을 통해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승용차 블랙박스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씨는 학교운영위원장 신씨 부탁을 받고 지난 2일 학교 인쇄실에 보관 중이던 3학년 이과 기말고사 9과목 시험지를 모두 복사해 광주 노대동 노상에서 전달한 혐의다.

광주시교육청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은 D고교에서 중간고사 시험지도 사전 유출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학교법인 이사진 등의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전방위로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6~10일 기말고사를 치른 이 학교는 오는 19~20일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으며 유출된 시험지로 시험을 치른 신씨 아들은 자퇴하기로 했다.

이 학교의 시험지 유출은 신씨 아들이 친구들에게 알려준 예상 시험문제가 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된 데 의구심을 품은 다른 학생들의 신고로 드러났다.

앞서 광주에서는 지난 2016년 9월 S여고에서 명문대 진학생을 늘리기 위해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당국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경찰은 당시 생활기록부 수정 권한이 없는 특정 교사가 상위권 성적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무단 접속해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일부 조작한 사실을 밝혀내고 교장 등 13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비리와 파문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추세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독버섯처럼 교단 주변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산의 한 특목고에서는 1학기 기말고사(7월4일~7일)를 앞둔 3학년 학생 2명이 지난 6월 말 교사 연구실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몰래 들어가 서랍 속에 든 기말고사 시험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을 퇴학 조치학고 시험지가 유출된 2과목의 재시험을 지난 16일 치르는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특목고 학생들의 경우 2학년만 마치고 ‘월반(越班)’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관행에 비춰볼 때 퇴학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학교의 시험문제 유출은 학생들이 직접 촬영한 시험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친구들과 공유했다가 들통이 났다.

학교 운영을 책임지는 교장들은 권위적 갑질과 부끄러운 성추행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도교육청은 모 초등학교에서 교장이 교사들을 상대로 폭언과 욕설 등 인권침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초교 교사 6명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교장의 ‘갑질’과 인권침해 사례를 나열한 연판장에 서명하고 이를 도교육청에 제출했다.

교사들은 ‘초빙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부임한 교장이 결재 과정에서 고함을 지르고 인격 모독 발언과 함께 욕설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제자를 상대로 ‘검은 욕망’을 채우려던 교장도 있었다. 지난 10일 광주 모 여고 임모(62) 교장은 제자들을 성추행했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같은 학교 교사 4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에 교장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글이 잇따르자 학생들을 상대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해 교장 임씨가 제자들을 상대로 ‘명찰을 바로 잡아주겠다’는 핑계로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한 사실 등을 파악했다.

임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은 임씨가 증거 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학교 이사회는 임씨를 지난 5월 말 직위 해제하고 이사회를 이끌던 이사장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