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국’ 일본의 ‘여고생 판타지’…미성년자 보호는 어디로?

입력 2018-07-17 14:32
일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애니매이션 '너의이름은'의 여자주인공 미츠하. 해당 영화는 미츠하의 몸을 관음증적 시선으로 훑거나 남자주인공 타키가 미츠하의 가슴을 만지는 행동을 반복하고, 자전거를 탈 때 팬티를 노출시키는 등 전형적인 일본 여고생 판타지를 투영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일본의 ‘JK 비지니스’(교복입은 여고생과 함께 산책·식사 등을 하고 돈을 지불하는 성산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유사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확산, 음성화될 위험이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JK 비지니스(JK는 ‘여자 고등학생’을 뜻하는 일본어 ‘조시 코세(女子高生)’의 앞글자에서 따온 말)는 2006년 도쿄 아키하바라에 생긴 매장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대체로 지불능력이 있는 30대 이상의 남성이 주 고객층이며 서비스 제공자는 모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다. 여고생은 주로 산책이나 식사를 하며 남성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대화에서 그치지 않고 신체 접촉이 있는 가벼운 마사지나 귀청소를 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데이트형) 원조교제’가 더 친숙한 말이다.

2015년에는 종이학 접기, 액세서리 만들기 등을 하는 여고생의 치마 속을 보여주면서 5분당 1000엔(약1만원), 40분당 5000엔(약 5만원)의 돈을 받은 업소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이 업소는 해당 업무가 “노동기준법(근로기준법) 상의 유해업무가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유해업무가 맞다고 판단했다.

이런 ‘서비스’가 성매매로 확산된 사례가 여럿 적발되면서 미성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현행법상 규제할 법규가 없는 게 현실이다. JK 비지니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업소는 유흥업소나 식당으로 분류되지 않아 당국 허가·신고 없이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허점을 노리고 18세 미만의 여성을 고용해 운영했다.

구글에 '일본 여고생'만 검색해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 만 19세 이상의 사용자는 성인인증을 통해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사진=구글캡처)

JK 비지니스는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져 나갔다. 경시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일본 전국의 관련 업체는 114개였다. 그중 90% 이상이 도쿄와 오사카에 밀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지난해 7월 도쿄도는 우선 JK 비지니스 운영업자의 사업신고 의무화 등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해 실태파악에 주력했다. 규제시행의 성과 때문인지 해당 서비스 제공업체는 1년 만에 반으로 감소했다(2017년 6월 76개→2018년 6월 37개).

오프라인 매장은 감소했지만 유사서비스가 온라인으로 확산하는 ‘풍선 효과’(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커지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에 또 다른 문제가 새로 생겨나는 현상)가 생겼다. 트위터 등의 SNS나 채팅앱으로 여고생에게 식사 등을 은밀히 제안하면서 접근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경시청에 따르면 ‘파파(아빠)활동’이라고도 불리는 데이트 원조교제는 만남 한번에 수천엔(약 수만원)의 금전 거래가 이뤄진다.

경시청 관계자는 “데이트 원조교제가 아동매춘 등의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경시청은 오프라인에서 운영되는 JK 비지니스의 단속을 강화하자 해당 수요가 온라인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SNS와 채팅앱 등 온라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건 정보화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실효성 있는 규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디어 등 사회 전반에 팽배하는 ‘여고생 판타지’를 미화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 주장했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