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스튜어디스 강모 씨(29)는 오랜만에 만난 여동생으로부터 걱정어린 핀잔을 들었다. 심하게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종아리 아래로 혈관이 두드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무릎 뒤에는 꼬불꼬불한 혈관이 두드러져 보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적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동료들에게 슬쩍 물어보니 하지정맥류일 것이라는 ‘예측’을 들었다. 이는 오래 서 있는 ‘스튜어디스 직업병’이라는 것. 그는 더 방치하면 혈관이 더 굵어진다는 동료의 말에 병원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았다.
하지정맥류는 정맥 판막에 이상이 생겨 다리에서 심장으로 들어가야 할 혈액이 다리정맥에 고이면서 나타난다. 파란 혈관이 많이 비치거나, 라면사리처럼 구불거리며 튀어나오는 게 특징이다. 심한 경우 2~3ℓ의 혈액이 다리에 고여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곤해진다. 장기적으로 방치하면 다리에 피부염이 생기기도 한다. 초기엔 다리가 쉽게 피곤할 뿐 통증이 없어 단순히 ‘많이 서있거나 걸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방치하기 쉽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초음파검사로 간단히 진단할 수 있어 다리가 저리고 무거운 느낌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며 “초기에 정맥류가 나타나면 압박스타킹으로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지만 더 심해지면 의학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문제되는 혈관을 제거하거나 묶는 외과수술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흉터가 심하게 남고, 전신마취가 필요했으며, 수술 후 통증이 심한데다가 재발 확률까지 높아 최근엔 비수술적 하지정맥류 치료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어떤 시술이든 그렇듯, 초기에 잡으면 치료시간 · 비용을 단축할 수 있다. 최근 의학기술이 발전하며 초기에 하지정맥류를 깔끔하게 잡아주는 치료법이 대거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베나실과 클라리베인을 들 수 있다. 모두 칼을 대지 않고, 간단히 주삿바늘 크기의 침습으로 이뤄지며, 바로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베나실(VenaSeal) 치료는 의료용접착제 시아노아크릴레이트를 문제 혈관에 주입해 망가진 혈관을 접착, 하지정맥류를 개선한다. 김 원장은 “베나실 시술 적용대상은 1회 치료로 정맥류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기존 레이저 · 고주파 등 열 폐쇄술, 정맥발거술 등에 비해 추가 치료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칼을 전혀 대지 않아 신경마취가 필요 없으며 시술 후 압박스타킹 또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적 최근에 도입된 치료이긴 하지만 하지정맥류 치료를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아 안전성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클라리베인(ClariVein)은 올해 5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 인증을 받은 ‘신상 치료법’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FDA의 승인을 받아 많은 임상 연구가 이뤄진 시술이다. 이 역시 비수술적 하지정맥류 치료법으로 미국의 의료기기 회사 바스큘러 인사이츠가 개발했다. 클라리베인은 혈관 내로 회전하는 카테터를 삽입해 물리적 자극을 주며 경화제를 주입해 문제 혈관을 치료한다.
김 원장은 “기존 혈관경화요법은 매우 가느다란 혈관에만 적용할 수 있었고, 보통은 미용 목적 치료에만 활용됐던 게 사실”이라며 “반면 클라리베인은 정맥류가 발생한 굵은 혈관까지 치료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무궁무진하다. 1세대 외과수술을 시작으로 2세대 치료법인 레이저 · 고주파 열폐쇄술, 3세대 치료법인 베나실 · 클라리베인 등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이 크다.
또한 김 원장은 “많고 많은 하지정맥류 치료법 중 ‘무조건 이것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없다”며 “의사의 면밀한 검진 후 환자의 상황까지 고려해 적절한 치료법을 제시해야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관 내 치료의 핵심은 얼마나 정확하게 문제 혈관을 파악하고, 적절한 위치에 치료를 시행하는가의 여부”라고 덧붙였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