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7일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를 추인했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김 명예교수 혁신비대위원장 추인안을 만장일치 박수로 의결했다. 다만 비대위 권한과 기한에 대해선 계파 간 생각이 크게 달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어 김 위원장의 추후 행보가 험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신임 비대위원장은 수락사에서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이 소명을 받는다”며 “국민이 한국당을, 한국 정치를 바꾸라고 명하고 있는 만큼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당원들이 도와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계파도 없고 공천권도 없다”며 “그러나 (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지탄, 희망과 걱정을 힘으로 삼아 잘못된 계파 논쟁·진영 논리들과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계파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라고 하지 말아 달라”며 “잘못된 계파논쟁과 진영논리 속에 싸우다 죽으라고 해 달라. 그렇게 싸우다 죽어 거름이 되면 그것이 오히려 제게 큰 영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힘들어지는 경제, 하루하루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의 걱정과 마음이 제게 힘이 될 것이다. 이 위에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 이 당을 바로 세우고 한국 정치를 바로 세우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달여간 혁신비대위 구성 등 당 수습책을 두고 진통을 겪었다. 특히 당내 계파갈등이 격화되면서 비대위 구성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여럿 있었다.
김 위원장 추인으로 어렵게나마 갈등이 봉합된 모습이지만 당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추후 행보가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혁신 비대위의 권한과 기한에 따라 오는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부여하는 ‘전권형’인지 공천권이 없는 ‘관리형’인지 여부를 두고 계파 갈등이 다시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권한대행 등 복당파는 ‘전권 비대위’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잔류파에서는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국위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 비대위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남은 선거기간을 생각하면 공천권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라며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 대표의 권한으로 당의 많은 분야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고민을 많이 하겠다”면서도 “내년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책자문단장을 맡았고, 이후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냈다. 보수진영과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정부 국무총리로 지명됐다가 철회되는 과정에서 연을 맺은 바 있다.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위원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혁신 비대위를 이끌 비대위원 선임 작업에 돌입한다. 한국당은 24일 상임 전국위를 열고 혁신 비대위원 선임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