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을 ‘후~’ 불면 ‘진짜’가 보인다…신통방통 투명 필름 개발

입력 2018-07-17 12:00

입김을 불면 색깔이 바뀌어 위·변조 여부를 곧바로 가려낼 수 있는 투명 필름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 미래융합화학연구본부 박종목 박사팀은 입김을 불면 색상이 변해 위‧변조 상품의 불법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투명 필름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상업화에 착수한다고 17일 밝혔다.
화학연은 이날 오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주)대현에스티와 기술이전 협약을 맺었다.

연구팀은 새롭게 고안한 고분자물질을 여러 층으로 쌓아, 한 쪽 방향으로만 굴절율이 주기적으로 변화되는 1차원 광결정 구조를 지니는 새로운 필름을 개발했다.
필름이 높은 습도에 노출되면 민감하게 반응해 광결정 구조(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하는 물질)가 변하고, 이 구조변화로 인해 반사빛의 파장이 달라져 색상이 달리 보이도록 설계됐다. 습기가 사라지면 원래 투명한 상태로 되돌아온다.

개발된 필름은 특정 농도 이상의 습도에 반응해 색소의 도움 없이도 색상이 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입김을 불면 숨겨진 정품 인증 이미지가 다양한 색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다. 진품과 가품을 손쉽게 판별할 수 있는 1단계 보안솔루션으로 사용이 가능하다.1단계 보안요소 기술은 일반국민이 도구 없이 손쉽게 진위 여부를 판별 가능하며 시각 효과가 뚜렷하여 직관적이어야 한다.

연구팀은 약 4년 동안 자체연구로 핵심소재 및 필름제작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내특허 3건을 출원했고 해외 5개국에 출원 중에 있다.

이 필름은 색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고분자물질의 용액 코팅공정과 프린팅 기술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색변환 잉크, 홀로그램, 입체필름 등의 보안기술에 비해 훨씬 경제적으로 제조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정품인증 이미지가 숨겨져 있고 입김을 불어야만 이미지가 나타나기 때문에 복사나 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은 다른 정보저장장치와 조합되면 위변조 상품 불법거래 차단의 강력한 보안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국가세금이 부과되는 담배, 양주, 화장품 등의 위‧변조, 밀수, 무자료거래 등의 불법유통이 폭증하고 있어 정품인증과 브랜드 가치 보호기술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전 세계 불법담배 거래규모는 전체 담배시장의 약 11%인 연간 약 6600억 개비 규모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담배 불법 거래로 인한 세금탈루액 규모가 연간 700억~2100억원에 이르는 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세계보건기구(WHO)는 불법 담배 규제 기본 협약인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 의정서’를 발효하고 2020년부터는 원산지와 판매지 정보(제조·유통과정)가 담긴 ‘고유 식별 표시’부착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불법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담뱃갑에 고유식별 표시 부착 등 담배유통 추적시스템 구축 의무화 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화학연 김성수 원장은 “이번 기술은 입김으로 쉽게 위변조 여부를 구별할 수 있어, 불법유통과 국가세금 탈루, 기술 가치 저하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인 박종목 박사는 “상업화에 성공해 향후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되고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