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성적을 위해 행정실장과 공모해 최근 치러진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린 학교운영위원 학부모가 이전 시험에서는 더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고사 시험지 전과목을 통째로 유출한 것이다. 경찰은 이런 진술을 확인해 현재 조사 중이다.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광주의 한 사립고교의 중간고사 모든 과목 시험지가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광주일보가 17일 보도했다. 이 역시 고3 아들을 둔 학교운영위원장의 요청을 받아 학교 행정실장이 벌인 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광주일보는 “행정실장 A(57)씨로부터 ‘3학년 중간고사 시험지도 외부로 유출했다’는 진술을 (경찰이) 최근 확보했다”면서 “경찰은 중간고사 시험지 역시 기말고사 시험지를 건네받은 학교운영위원장 B(여·51)씨에게 일부 과목이 아닌 전과목이 통째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관계자는 전날 시교육청 브리핑에서 “중간고사 시험지 외부유출 역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와 B씨의 처음 진술과 달리 외부로 유출된 기말고사 시험지가 5과목이 아닌 전체 9개 과목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도 기말고사 전 과목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중간고사 시험지 유출도 의심되는 상황이어서 혼란이 예상된다.
광주일보는 “학교 내부 CCTV에도 행정실장 A씨가 지난 2일 등사실에 있던 시험지 원안들을 뭉치째 들고나와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행정실로 가져가는 모습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시험지 원본을 복사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시험지 유출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준다.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기말고사가 끝난 다음 날 일부 학생들이 “시험문제 유출이 의심된다”며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자초지종이 드러났다. B씨의 아들이 시험 전날 친구들에게 출력물을 자랑삼아 일부 보여줬는데 그 내용이 시험에서 나왔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학교에 신고했다. B씨 아들이 보여준 출력물은 친구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혀 학교 측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인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고 하는 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엄마의 비뚤어진 사랑은 파국을 맞았다.
B씨의 아들은 자퇴하겠다고 학교에 알린 상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