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대소면 내산리의 한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지난달 28일 50대 외국인 여성의 가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신고를 받고 수색에 들어간 경찰은 현장 CCTV를 확인하던 중 예상하지 못한 범인을 발견했다. 흰색 ‘개’였다.
충북 음성경찰서 대소파출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가방을 분실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여성은 가방에 2000만원이 든 통장과 휴대전화 등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른 오전에 출근해 가방을 농장 입구에 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가방이 사라졌다고 한다.
현장에 출동한 대소파출소 소속 맹재환(31) 경사 포함 4명은 즉시 수색에 나섰다. 우선 가방이 없어진 농장 주변 CCTV를 확인했다. 영상에는 농장 인근을 배회하던 개가 가방을 물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서 찾아낸 개의 발자국을 따라가 가방을 회수했다. 현장에 개는 없었다.
가방은 농장에서 1㎞정도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전날 비가 와 땅이 질어진 상태였고, 덕분에 개의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마카롱을 제외한 가방 안 소지품도 그대로였다. 경찰은 개가 마카롱 냄새를 맡고 가방을 가져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방은 단추나 자크가 없는 디자인이었다.
대소파출소 관계자는 “현장에 가방만 있었기 때문에 개의 정체는 모른다”면서 “(주인 없는) 들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방에 들어있던 통장과 카드는 해외에서 발급된 거였는데 인출이 굉장히 쉽다더라”며 여성의 걱정이 컸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