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15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태국 동굴소년 구조에 참여했던 잠수사를 ‘소아성애자’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동굴소년을 구조하기 위해 만들었던 소형 잠수함이 나쁜 평가를 받은데 대한 앙갚음이었다.
영국인 탐험가 베른 언스워스는 13일 CNN과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치앙라이주 탐 루앙 동굴에 고립된 태국 소년들을 구조하기 위해 제공했던 잠수함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구조작업에 직접 참가했던 언스워스는 “잠수함은 길고 단단해 동굴 모퉁이를 돌기 어렵고 장애물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머스크는 동굴 통로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다. 잠수함은 홍보용”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 발언을 한 언스워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트위터에 “동굴 5 번째 지점까지 문제없이 가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만들겠다”면서 “소아성애자 양반, 이게 진짜 당신이 요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언스워스는 태국에 사는 의심스러운 영국인이다. 내가 동굴을 방문했을 때 그를 보지 못했다. 보이는 건 네이비실 대원들뿐이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곧 이 글을 삭제했지만 그의 팔로워 2200만명 사이에서 확산된 뒤였다.
머스크는 지난 10일 태국 동굴 소년 구조팀에 잠수함을 제공했다. 이 잠수함은 머스크가 소유한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을 개조해 만들어졌다. 공기통 등이 부착된 2m 길이의 관에 소년들을 태우고 잠수부가 손으로 끌고 나오게 제작됐다. 소년들이 속한 축구팀 이름을 따 ‘야생 멧돼지’라는 이름도 붙었다.
그러나 잠수함은 구조작업에 쓰이지 않았다. 구조현장 지휘자인 나롱삭 오소탕나콘 전 치앙라이 주지사는 “잠수함이 실용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두 명의 잠수사와 소년들을 로프로 연결하고 방향유도 로프를 따라 함께 나오는 방법을 택했다. 소년들의 전면마스크와 연결된 공기통은 잠수사가 운반했다. 구조대는 이 방법을 사용해서 12명의 유소년 축구팀 소년과 1명의 코치를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구조작업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이 잠수함이 구조작업에 도움이 됐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머스크가 구조작업에 실제로 참여했던 사람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언스워스를 소아성애자로 몰아붙이기 직전에도 트위터에 “사실 동굴 내 수위는 실제로 매우 낮고 안정적이어서 동굴 5번째 지점까지 장비 없이 수영할 수 있었다”며 “물 빼기 작업에 동원된 공이 크다”는 글을 올렸다. 잠수사들의 공을 깎아내린 것이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트위터에 “오소탕나콘 전 지사는 구조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오소탕나콘 전 주지사가 머스크가 제공한 잠수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테슬라가 파산했다. 부활절 계란의 마지막 대량판매를 감행하는 등 돈을 모으려는 치열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완전히 파산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슬프다”는 글을 올렸다. 만우절 장난으로 올린 이 글 때문에 한때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