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 시험지 유출된 광주 모 사립고 결국 전과목 재시험…‘학생들은 무슨 죄’

입력 2018-07-16 16:00
사진 = 뉴시스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기말고사 시험지가 유출된 전라남도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가 결국 전과목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13일 광주 모 고등학교 행정실장 A씨가 3학년생 어머니인 B씨에게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당시 광주시교육청은 국어·고전·미적분·기하와 벡터·생명과학Ⅱ 등 5과목의 시험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해당 과목을 대상으로만 재시험 조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조사 결과 전과목(문과 10과목·이과 9과목) 유출 정황이 드러났다. A씨는 B씨로부터 금품 등을 제공받고 시험지 사본을 복사해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경찰 수사 등에서 유출 과목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앞으로 학사 일정과 대입 수시 일정을 맞추기가 불가능해 최악의 경우 전 과목 재시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험지 유출 행위가 발각된 것은 B씨의 아들이 시험을 치르기 전 반 친구들에게 ‘이 문제는 나온다’는 힌트를 줬다가 실제 시험에 해당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이었다. 이를 의심한 반 친구들이 의심해 신고하자 학교 측이 조사에 나섰고, B씨와 아들 등을 면담해 시험 문제 유출 사실을 확인했다. B씨의 아들은 자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추가 조사 결과 학교 측에서 시험지 보관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밝혀졌다. 학교 측은 인쇄 전후에 원본·배포본 시험지를 봉인하지 않은 채 보관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학교에 대한 감사와 행정실장·해당 학부모 처벌 등을 주장하고 나서기도 했다.

사건 수사를 맡은 광주서부경찰서는 A씨와 B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출국 금지 조치했다. B씨는 의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해당 학교 운영위원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