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인 수면유도제를 투약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수면 내시경을 받은 후 치료비를 내지 않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모(36)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 후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서울, 대전, 청주 등 전국 각지의 48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수면 위·장 내시경 검사, 항문치료 등을 받은 후 병원비 2100여만원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쳤다. 이씨는 22개 병원에서 프로포폴, 미다졸람, 아네폴 등 수면유도제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20여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마약을 투약하기 위해 특별한 병증이 없는데도 체중 감소 등을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고 야간에 도주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가 환자의 진료·입원 기록이 병원 간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전국 각지의 병원을 돌며 내시경 검사가 처음인 것처럼 의료진을 속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2년부터 병원 내시경 검사를 통해 마약류를 투약한 전과가 총 26차례였고 이러한 동종전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올 2월 치료감호소에서 출소한지 하루 만에 또 다시 서울 중랑구 한 병원에 입원해 마약류를 투약, 진료비를 미납하고 도망쳤고 이를 병원이 신고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검거 당시에도 이씨는 경남 창원의 한 병원에 같은 목적으로 입원해 있었다.
이씨는 “치료감호소에서 받은 치료가 아무 효과가 없었다. 자포자기로 마약을 계속 투약했는데 오히려 검거돼 다행”이라며 체포 후 경찰 조사에서 모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자의 진료 및 입원 기록은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그 내역 전체를 공개할 수 없지만 마약류 오남용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진료기관 간 최소한의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