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점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이 일할 때 의자에 앉지 못하도록 의자를 없애고, 휴대전화도 사용도 금지하는 이유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그는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최저시급을 받는 만큼 일하려면 의자와 휴대전화 없이 일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글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현행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14일 오후 커뮤니티에 올라와 갑론을박이 계속됐습니다. 댓글도 2000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자신을 편의점 점주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14일 오후 7시쯤 야구 커뮤니티 ‘MLB 파크’에 짧은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시급을 다 주고 고용하는 대신, 카운터에서 의자를 뺐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지침을 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는 “교대 시간에 정리나 청소가 미흡하면 (아르바이트생에게) 다 하고 가게 하는데 다들 한 달을 못 버틴다”면서 “편의점에서 최저임금 받으려면 다른 데서 근무하는 것만큼 강도를 올리는 게 정상”이라고 푸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보다) 시급을 적게 주면 (아르바이트생이) 스마트폰 하면서 앉아서 놀아도 (주인이) 함부로 잔소리 못 할 듯”이라는 말도 남겼습니다.
그는 “의자를 뺏는 건 너무했다”는 네티즌 의견이 주르륵 달리자, “서서 일해한다. 규정에 아르바이트생은 원래 못 앉게 돼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법적 처벌은 불가한 자율규정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살기 팍팍한데…’라면서 화 나는 그 점주의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그러나 분노의 방향이 ‘을’보다 못한 ‘병’ 아르바이트생을 향하는 게 과연 올바르냐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 보입니다.
방송인 김어준은 1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갑도 을도 아닌 알바생 병과 싸우는데 동맹 휴업을 거론할 정도의 연대가 가능하다면 그 힘을 가맹본사와의 계약구조 개선에 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최저임금 동결을 위해 단결투쟁을 불사한다는 움직임에 대한 쓴소리였습니다.
본사와의 불평등한 계약 구조 해결이 먼저라면서 김어준은 “을과 병이 싸운다고 갑을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했습니다.
비판 위주의 댓글이 2400개가 넘게 달렸던 이 편의점 주인의 글은 현재 삭제돼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인터넷 커뮤니티를 떠돌고 있을 뿐입니다. 편의점 주인이 글을 내린 이유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였을까요. 아니면 쏟아지는 쓴소리가 그저 듣기 싫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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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