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학생을 직접 괴롭히지 않았더라도 다른 학생이 가해행위를 하도록 조장했다면 직접 가해한 것과 동일하게 징계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중학생 A군이 학교장을 상대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9월 친구 B군에게 수행평가 소그룹에 받아 줄 테니 과제를 제시간에 해내지 못하면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B군이 과제를 못 해내자 A군은 “여학생에게 장난으로 고백하라”고 했다. B군은 고민 끝에 다운증후군이 있는 C양에게 장난삼아 고백하기로 했다.
A군은 쉬는 시간 B군 등 5명과 C양의 교실로 향했다. 일행 중 한 학생이 “야, 얘가 너 좋아한대”라고 C양에게 말한 뒤 B군이 C양을 안게 하려고 뒤에서 밀쳤다. 다른 학생은 C양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교실 문을 막았다. 악몽 같은 집단 괴롭힘은 3분간 지속되다 도우미 학생이 나타나 일단락됐다.
학교는 곧 학폭위를 열어 A군 등 6명에게 사회봉사 5∼7일과 특별교육 10시간 등의 징계 조치를 내렸다. A군은 “고백 상대로 C양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고 괴롭힘에도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군은 고백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다른 학생보다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피해 학생을 지목한 게 아니었더라도 이후 장난 고백을 하도록 강요하는 데 가담해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이나 고의성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