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 행사 중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낮춰 부르는 표현이 포함된 건배사를 했더라도 참석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지 않았다면 성희롱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행정1부(부장판사 하현국)는 전남 순천 한 자치단체 공무원 A씨가 순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불문경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1월 남성 5명과 여성 33명이 함께한 지역 통장단 친목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여성의 특정 신체부위를 낮춰 부르는 표현인 건배 구호를 외치자 A씨는 화답에 의미로 같은 취지의 건배사를 했다.
이후 순천시는 행사에 참석했던 또 다른 남성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민원을 접수했다. 순천시는 “지방공무원법상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A씨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공직 감찰을 거쳐 해당 자치단체에 A씨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고, 단체는 전남도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견책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같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여겨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의 건배사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낮춰 부르는 표현에 해당, 여성에게 수치심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 유형 중 ‘기타’에 해당하는 만큼 징계 사유는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참석자들이 건배사와 화답으로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 또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증언을 하거나 같은 취지의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했다”며 “인정 사실에 비춰 A씨의 발언은 당시 여성 통장들이 수치심을 느낄 정도의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행사에 참석한 여성이 답례로 A씨와 같은 내용의 건배사를 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A씨의 업무 성실성과 표창 수상 이력을 언급하며 “여러 사정들을 비춰볼 때 처분으로 인해 자치단체가 달성하게 될 공익은 크지 않은 반면 퇴직 시 포상 불가, 근무성적평점 감점, 성과연봉 지급 제외 등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은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