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묻지마 칼부림’ 커지는 의문… 살인충동 유발 진짜 원인은

입력 2018-07-15 18:23

일명 ‘고속버스 칼부림 사건’ 범인인 20대 여성의 범행 동기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의문이 풀리는 듯 했지만 최근 과거 다이어트를 위해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사실이 보도되자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1일 오전 11시50분쯤 경남 하동군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서 발생했다. A(22)씨는 가지고 있던 흉기로 같은 버스 앞자리에 탑승한 남성 B(44)씨를 수차례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를 이날 통영에서 출발해 광주로 향하는 버스에서 처음 봤다.

목 부위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당시 의식을 잃었으나 주변의 도움으로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A씨는 사건을 목격한 승객들에게 제압당했다. 처음 사건을 목격한 남성이 칼을 든 손목을 잡고 제지했지만 쉽지 않았다. 다른 승객과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범행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A씨는 범행 당시 흉기를 세 자루나 소지하고 있었다. 광주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왔고, 광주의 한 백화점에서 추가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5년 전부터 조울증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최근 6개월 간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은 것도 확인됐다. A씨가 범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이유는 진술하지 않아 조울증 증세가 ‘묻지마 칼부림’의 원인으로 추측됐다.

하지만 지난 13일 ‘궁금한 이야기Y'에서 A씨 사건을 다루면서 의문이 증폭됐다. 방송은 A씨가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과거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전했다. 또 통영에서 이틀간 숙박하며 숙소에서 자살 사이트 등을 검색하며 두문불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방송 내용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다이어트와 식욕억제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조울증과 더불어 ‘묻지마 범행’의 원인으로 들기도 했다.

앞서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A씨가 충동 조절이 안되는 ‘조증’ 상태에서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 전혀 반응하지 않은 것이 ‘울증’ 상태로 짐작된다고 했다.

이어 이 교수는 “조울증에 개인적인 차가 있다”며 “몇 시간마다 조증과 울증이 교차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수개월간 조증과 울증이 교차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씨가 통영에서 보인 행동도 범행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다. 이 교수는 “혼자서 계속 지내오고 지속된 피해 의식을 갖게 되는데, 억눌린 불만이 있고 이것이 하나의 괴로운 감정으로 폭발하기도 한다”며 “이번 사안도 가족 관계라든가 교우 관계라든가 이른바 방 안에서만 모든 생활을 하는 그런 경향도 조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A씨가 이 교수의 추측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 것으로 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범행 동기를 밝히기 위해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