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축구’ 논란 속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석현준은 잊혀졌나…

입력 2018-07-15 11:05
지난 5월 김학범 감독이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AG) 와일드카드 선발과 관련하여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 명단이 16일 발표된다. 시선이 집중되는 건 단연 3장의 와일드카드다. 아시안게임에 발탁되는 대표팀은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의 선수들로 구성되지만, 그 외 3명의 선수들을 나이를 불문하고 와일드카드로 선발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선수 생활의 최대 걸림돌인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동기부여 역시 특별하다.

현재까지 이 3장의 와일드카드 명단은 손흥민과 조현우, 황의조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을 대표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스타 손흥민과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뛰어난 선방 능력을 발휘한 조현우의 선발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이 성남FC 사령탑 시절 함께했던 황의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제자였던 인연으로 병역 면제를 해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다. 황의조는 김 감독이 성남 지휘봉을 잡았던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친정팀인 성남 관중석에서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황의조는 “감독님을 통해 K리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K리그와 J리그의 특성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U-23 대표팀은 수비가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황의조의 선발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유기도 하다. 김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공격자원이 아닌 중앙 수비나 풀백 자원에 좀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또 하나의 공격자원을 고집하고자 한다면, 이미 백승호와 이강인 등 공격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출중한 미드필더 자원들이 있고 손흥민 까지 가세한 상황에 굳이 황의조가 뽑힐 이유는 없어 보인다. 또한 황의조가 23세 이하 연령대에 속해 있는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황희찬과 이승우보다 실력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2016 리우 올림픽 시절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활약했던 석현준. 뉴시스

석현준 또한 와일드카드의 강력한 후보로 언급됐으나 김 감독의 구상에는 없어 보인다. 석현준은 190cm 장신의 선수로 공중볼 경합에 있어서도 유리하며 특유의 강인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투쟁심 있는 플레이와 강력한 슈팅능력을 자랑한다. 현재 한국 U-23 대표팀엔 없는 새로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석현준은 지난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에서 27경기 6골 1도움을 기록하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앞서 울리 슈틸리게 감독이 지휘를 맡았을 때 손흥민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 신태용호에 승선할 유력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부상 시점과 회복 속도 모두 좋지 않아 결국 김신욱에게 밀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김 감독은 2019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 사령탑직을 이어가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의 결과에 따라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 명단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황의조가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다면 석현준의 올림픽 승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란 뜻이다. 석현준 역시 1991년생으로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만일 이러한 여러 대안들을 뒤로하고 황의조가 와일드카드로 선발되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면 김 감독은 ‘의리축구’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수 선발은 감독이 가진 고유 권한이다. 자신의 전술적 선택에 따라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선수를 선발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결과로서 증명하되 그 결과가 실패로 돌아온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감독이 가진 무게다. 평가는 대회가 끝난 후로 접어두고, 지금은 어떠한 논란과 비난도 뒤로 한 채 김 감독의 선택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