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처음으로 만났다. 여왕을 10분가량 땡볕에서 서서 기다리게 한 트럼프는 왕실의 정서와 맞지 않게 ‘무례한 행동’을 저질렀다며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엘리자베스 여왕을 예방하기 위해 윈저궁을 찾았다.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도 동행했다. 영국 왕실 근위대로 구성된 의장대는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도착하자 왕예포(王禮砲·Royal Salute)를 발사하고 군악대는 미국 국가를 연주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윈저궁 뜰 안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92세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한여름 땡볕에 10분 이상 기다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팔목을 걷어 시계를 확인하고는 무언가 묻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여왕을 만난 트럼프 내외는 인사를 하는 대신 악수를 택했다. 영국 왕실 예법상 남성은 왕족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고, 여성은 무릎을 구부리며 인사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이어진 ‘공손한’ 인사 방법이다. 지난 8월15일 버킹엄궁을 예방한 터키의 레셉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악수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여왕 앞으로 걸어갔고,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여왕의 길을 막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왕 앞에서는 등을 보이지 않는 것이 영국의 관례다. 하물며 엘리자베스 여왕과 70년을 함께 산 97세의 남편 필립 공도 지금까지 여왕보다 몇 발자국 뒤에서 걷는다.
이를 본 영국 네티즌들은 “여왕에게 등을 보이다니 무례하다” “왕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보인다”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전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시한 것 같다”며 고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전적 실수가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만남은 순조로웠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의장대를 사열하고 윈저성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동은 당초 예정된 30분을 넘겨 47분간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는 여왕 예방 일정을 마치고 스코틀랜드로 떠났다. 그는 자신이 소유하는 글래스고의 골프장에서 주말을 보낼 예정이다. 이어 16일에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