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 13일 오후 서울의 한 번화가. 건물 뒷골목 등 음지에서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고 있다. 오후 4시로 주변이 아직 밝은 대낮임에 불구하고 이들에게 죄책감은 없어보였다.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눈총이 따가웠지만 이들은 당당하게 연기를 빨아들였다.
서울 시내 건물 뒷골목 등 음지가 청소년들의 ‘담배터’로 전락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건물 뒤편의 후미진 곳이나 주차장, 쓰레기장 등 ‘엄폐물’이 많은 곳에서 흡연한 뒤 끄지도 않은 담배꽁초를 주변에 버리고 유유히 자리를 빠져나간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담배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청소년 보호법은 “청소년(만 19세 미만인 사람들)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목적을 밝히고 청소년이 주류, 담배, 마약류, 환각물질이 청소년에 유통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흡연하는 청소년들에게 직접 접근해 ‘흡연 이유’ ‘담배 구입 경로’ 등을 물어봤다. 청소년들은 적대적이었다. 인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한 여학생은 “우리만 피우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거냐”고 반문했다. 유통 경로를 묻는 질문에 곁에 있던 한 남학생은 “(우리는) 일진 같은 그런 게 아니다. 나이가 들어보여서 담배를 구입할 수 있었다”고 답하며 주변 학생들에게 “어차피 (흡연하다) 걸려도 대부분은 신고도 안 하고 그냥 지나가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E-나라지표의 지난해 12월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2011년 12.1%를 기록한 뒤 계속 내려가 2017년 12월 현재 6.4%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흡연 청소년에게 들은 내용은 이와 달랐다. 흡연 현장에서 만난 한 여학생은 “학교 등에서 설문조사같은 걸 많이 하지만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응답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응답하는 경우 교직원들에게 ‘찍히고’, 이후에도 성가신 일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물 뒤편에서 교복을 입은 채 흡연하는 청소년이 지속적으로 나타나자 직접 신고에 나섰다. 신고를 받은 담당 경찰관은 몇 분 뒤 출동 현장에서 “지역마다, 시간마다 다르겠지만 방과 후인 오후에서 저녁 시간 대에 관련 신고를 많이 받는다”며 “담배 유통에 대해서는 규제가 있지만 청소년 흡연을 금지하는 직접적인 법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계도 차원에서의 처벌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동한 경찰 관계자들은 학생들의 인적사항 등을 파악한 뒤 담배를 모두 압수하고 “학교와 가정 등에 알려 계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노원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관계자는 “보통 시험기간에 집중해서 청소년 흡연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며 “신고 이후 즉시 출동해도 흡연 이후 바로 사라지는 청소년이 대다수라 적극적인 단속활동을 벌이지는 못하고 있고 순찰 중 적발되거나 신고로 적발하는 건수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사람들의 부주의가 문제로도 지목된다.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유통되는 담배는 대부분 청소년들이 직접 구입한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12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금연이슈리포트’를 발표했다. ‘2017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는데, 흡연 청소년에게 ‘최근 30일간 본인이 피운 담배를 구한 방법’을 질문한 결과 48.0%가 ‘편의점, 가게 등에서 직접 구매했다’고 답했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은 ‘친구, 선후배에게서 얻었다’는 것으로 34.6%였다. 또 흡연 청소년의 65.9%는 편의점 등에서 담배를 구입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고 답했다.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업자도 억울한 입장이다.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2)씨는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파는 상인들도 문제지만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위조해 담배를 구입하려 하는 경우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신분증 검사 요구를 철저히 하라고 교육해야 한다. 나도 들어가자마자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