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김지은(33)씨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씨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씨는 김씨가 비서직을 수행할 당시 안 전 지사에게 과도하게 사적인 감정을 담아 행동해 불쾌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 판사로부터 “감정적 평가는 자제해달라”고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3일 303호 법정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부인 민씨는 흰 와이셔츠에 남색 바지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이날 김씨를 두고 “남편에게 달려올 때 볼에 홍조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씨는 김씨의 존재를 큰 아들에게서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김씨가) 큰 아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아들이 ‘누나(김씨)가 엄마(민씨) 칭찬을 많이 하더라’라고 말해 얼굴도 모르는데 (그렇게) 얘기한다니 고맙다고 생각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말들이) 서너번 계속되니 약간 의도적인 것 같고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또 김씨를 처음 본 날을 떠올리면서 “매일 문 밖으로 배웅하지는 않았고 7월 말 중·하순에 한 번 나갔었다”면서 “그날 김씨를 처음봤는데 (남편에게) 달려오면서 ‘지사님~’이라고 하는 걸 보고 볼에 홍조를 띤 애인 만나는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 판사는 민씨 말을 끊으면서 “당시 느낌을 자세히 말 할 필요는 없다”고 제지했다. 재판부는 “봤던 내용을 사실 관계 위주로 진술해달라”면서 “할 말이 많은 건 알겠지만 사실 파악이 중요하다. 감정적인 평가는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민씨는 이른바 ‘상화원 사건’도 언급했다. 지난해 8월 안 전 지사 부부가 충남 보령 죽도 상화원 리조트에 묵었을 때 김씨가 새벽 4시경 두 사람을 침대 발치에서 지켜봤다는 것이다. 민씨는 “그날 (김씨가)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김씨가 민씨의 생일선물이라며 비누를 선물했던 일을 설명하면서 “그 비누 받고 싶지도 않았지만 (받아서) 옆 직원 줘버렸다”고 말했다.
변호인이 ‘왜 불쾌한 티를 내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씨) 혼자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적인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