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언론사 간부 발언 물의

입력 2018-07-13 13:43

“아무리 많이 배운 여자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

국내 한 경제지 A부장이 최근 한 발언이다. 지난 11일 이 신문에서 일하는 기자가 ‘인터넷 맘카페 갑질’과 관련된 기사를 발제하자 해당 기자에게 전화해 직접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기자에게 “아무리 잘 교육받고 고상한 일을 하는 이들도 맘이 되면 다 벌레가 된다”고 했다.

이어 “너도 ‘맘충’ 같은 행동 안 할 거라고 장담하지만 결혼해서 애 낳으면 아무리 많이 배웠어도 여자들은 다 그렇게 되는 묘한 게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여기자협회와 한국기자협회 해당신문 지부가 12일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A부장은 평소에도 왜곡된 성 의식을 표출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5월 회의에서 “카풀앱 이용자를 노리는 성범죄가 있다”는 보고에 “여자애들이 겁도 없이 남의 차를 타고 다닌다”고 반응했다. 성범죄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고 방식이다.

최근 ‘혜화역 시위’에 나온 일부 극단적인 문구에 대해선 “그동안 여자들을 봐준 줄도 모르고... 자기들 위치가 어딘지 (기사를 써서) 똑바로 알려줘”라고 했다. 한 페미니스트 단체가 반라 시위를 한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의 가슴이 음란물이 아니면 뭐냐”고 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기사에도 반영했다. 지난해 10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을 고발한 뒤 관련 기사에는 “조직 내 여성 비뮬이 30%를 넘어가면 문제가 생긴다”는 내용을 실었다.

해당 신문 기자들은 ‘지면 사유화로 언론 품격 훼손하는 ○○○ 부장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해당 부장의 왜독된 인식이 지면의 질과 언론의 품격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며 “부장은 ‘맘충’ 발언을 비롯해 그동안 언행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회사는 그에 합당한 중징계를 내린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