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혐오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한 회원이 가톨릭 미사 의식에 사용하는 성체를 훼손한 것을 두고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11일 “약자의 강자에 대한 ‘혐오감’은 정당할 수는 있지만 인류의 상식과 보편윤리에서 벗어나는 ‘혐오 표현’은 어떤 궤변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워마드 회원이 자기 부모가 신봉하는 종교의 성물을 모독한 것은 ‘패륜’이기도 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10일 밤 워마드에 “부모님을 따라 억지로 성당을 다녀왔다”면서 “그냥 밀가루 구워 만든 떡인데 천주교에서는 예수XX 몸이라고 XX떨고 신성시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성체에 빨간색 펜으로 예수를 모욕하는 낙서를 한 뒤 불태우는 사진도 포함돼있었다. 또 “이 행동이 사탄숭배라고 하던데 역시 열등한 수컷”이라고 적기도 했다.
전씨는 “워마드 회원이 천주교 성체를 모독하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다른 회원들과 공유했다는 기사를 보니 아침부터 기분이 씁쓸하다”며 “남의 종교 성물을 모독하는 건 ‘반문명적’이며 ‘반지성적’ 행위라는 건 현대의 ‘상식’이다. 이런 게 가장 두드러지는 ‘혐오’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혐오에 반대한다’고 외치면서 ‘혐오’가 뭔지도 모르는 저 처참한 무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며 “아니, 그보다도 ‘강자에 대한 약자의 혐오는 정당하다’고 저런 행위를 부추겼던 지식인 무리를 향한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고 일갈했다.
또 “신성모독, 탈코르셋운동, 가족 해체 주장 등은 100년 전에도 나왔다”며 “그때 그 주장들이 어떤 경과를 거쳐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게, 지금 한국의 자칭 ‘급진 페미니즘’이 지닌 근본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든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는 ‘선각자’나 ‘선구자’라는 호칭이 붙는다. 그런데 과거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모르면서 자기가 처음 하는 일인 양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이름은 ‘바보’”라고 겨냥했다. 또 “지금 여성가족부가 할 일은 저들을 준열히 꾸짖는 것”이라며 “‘여성가족부’라는 이름을 ‘여성부’로 바꾼다 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성체를 손상시키는 일은 천주교에서 ‘신성 모독’으로 간주된다. 중세 이래로 수많은 이들이 성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유대인들이 성체훼손 혐의를 뒤집어쓰고 화형당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성체 모독은 가톨릭 교회법상 최고 수준의 모욕으로 취급되고 있다. 성체를 가져간다거나 하는 행동도 엄금된다.
천주교 커뮤니티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천주교인에 대한 모독이자 국가 망신”이라며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워마드 게시글을 최초로 고발한 글쓴이는 “한국천주교회에 신고했다. 주교회의에서 검토 후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알리게 되면 바티칸 교황청으로 사건이 보고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워마드 성체훼손 사건 교황청과 주교회의가 함께 경찰 수사 촉구”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