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상 가장 ‘웃픈’ 사나이… 앙리의 복잡한 표정

입력 2018-07-11 13:19 수정 2018-07-11 13:23
벨기에 축구대표팀 코치 티에리 앙리가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벨기에는 이 경기에서 앙리의 조국 프랑스에 0대 1로 져 탈락했다. AP뉴시스

티에리 앙리의 표정은 복잡했다. 20년 전 조국 프랑스에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안긴 스트라이커는 이제 결승을 향한 마지막 관문에서 벨기에의 코치로 적이 돼 나타났다. 벨기에가 탈락을 확정하자 앙리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벨기에 선수들을 위로했다.

벨기에는 1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프랑스에 0대 1로 졌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앙리와 우승을 합작했던 수비수 출신 디디에 데샹은 대표팀 후배들을 지휘하는 감독이었다. 앙리의 대표팀 후배 사무엘 움티티는 후반 6분 헤딩 결승골로 벨기에를 무너뜨렸다. 모두 앙리 축구인생의 지긋한 동반자다. 하지만 이날만은 아니었다.

대표팀에서 선수가 아닌 코칭스태프에게 국적을 물어 아군과 적군을 나누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조국을 상대할 때도 예외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경기만은 달랐다. 조국 프랑스도, 소속팀 벨기에도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만큼 우승 가능성이 높게 여겨지고 있었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4강전은 결승전과 다르지 않았다. 프랑스와 벨기에 모두 유례없는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는 월드컵 개막 이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앙트완 그리즈만, 올리비에 지루, 폴 포그바, 킬리안 음바페 등 슈퍼스타로 무장한 프랑스 선수단의 이적료 총액은 10억80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4167억4400만원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벨기에 전력도 만만치 않다. 로멜로 루카쿠, 에당 아자르, 마루앙 펠라이니, 아드낭 야누자이, 무사 뎀벨레, 빈센트 콤파니, 티보 쿠르투아는 벨기에의 빈틈 없는 전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4강 진출국 중 유일하게 단 한 번의 무승부도 없이 5전 전승을 기록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우승을 합작했던 당시의 프랑스 공격수 티에리 앙리 벨기에 대표팀 코치와 당시의 수비수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이 벨기에 축구대표팀 코치 티에리 앙리가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포옹하고 있다. AP뉴시스

조별리그 G조에서 잉글랜드 튀니지 파나마를 모두 격파한 뒤 16강에서 일본을 3대 2로, 8강에서 브라질을 2대 1로 제압했다. 얕잡아봤던 일본을 상대로 먼저 2골을 내주고 후반 중반부터 3골을 몰아쳐 역전한 16강전은 벨기에의 저력을 보여준 명승부였다.

앙리는 2016년 8월부터 벨기에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벨기에의 강력한 공격진을 완성한 ‘브레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벨기에의 사상 첫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서 2년간 짜낸 앙리의 지략은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됐다. 앙리는 4강전을 마치고 벨기에 선수들을 품어 안고 위로했다. 사이드라인 한쪽에서 데샹 감독을 끌어 안고 조국의 승리에 축하인사를 건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