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재건의 칼 누구에게… 김병준·홍정욱 나설까

입력 2018-07-09 17:03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캡쳐

자유한국당이 전국위원회에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의결한다. 전예정일은 오는 17일. 후보군 압축 시기는 당초 예정보다 연장됐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9일 “10일 준비위 회의에서 후보를 5~6명으로 압축할 계획이었지만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할 것 같다”며 “오는 17일 전국위원회가 결정되는 만큼 그 전까지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비대위 준비위원회에서 후보로 거론된 인사는 소설가 이문열,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 교수, 김용옥 한신대 교수, 전원책 변호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김병준 국민대 교수,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김성태 “한국당을 살릴 칼을 드리겠다”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은 차기 총선 공천권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 내에서 보수재건을 위해 ‘인적청산’이 필수적이라는 일각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26일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차기 혁신 비대위원장에게 한국당을 살릴 칼을 드리고 내 목부터 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에서는 혁명적 수준의 공천 룰을 만들어 나가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지난 26일 자유한국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후보들 연달아 거절의사 표명, 그 이유는?

하지만 혁신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많은 인사들이 연이어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비대위원장의 권한과 책임이 불분명하고 한국당 내 계파갈등이 정리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제일 먼저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은 지난 3일 “정치권이 예의가 없다”며 “직접 연락을 하기 전에 언론을 통해 여론을 떠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요청이 오더라도 비대위원장을 맟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라며 이 전 총재의 혁신비대위원장 후보직 수락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찾은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 전 소장 또한 지난 3일 “제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고사했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된 최 교수도 “농담 같은 소리”라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 교수 역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이 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성태 권한대행을 만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김 권한대행을 만나 “외상센터 상황이 한국당보다 100배는 안 좋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보수진영 대표 패널로 활동 중인 전 변호사도 고사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런 제의도 없었고, 제의가 있어도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단호하게 후보직 수락 가능성을 부인했다.

◇보수재건의 칼은 누구에게?

거절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인사도 있다. 김 교수는 그 중 하나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김 교수의 강점으로 엷은 정치색과 정책 전문가로서의 오랜 경력을 꼽는다.

김병준(가운데) 국민대 교수가 지난 1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정책위회의실에서 열린 당 혁신위원회 '제1차 신보수주의 국가개혁 심포지엄'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교수는 노무현정부의 ‘브레인’으로 평가됐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으로 거국중립내각안이 제기됐던 2016년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권을 비판하며 보수 세력 재건을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겉으로 지방분권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가주의적 성격이 강하다”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

보수세력 재건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이 분배, 상생과 같이 국민의 뇌리에 박힌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수세력도 역사적 흐름에 맞는 우리의 가치를 정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홍정울 의원이 2011년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기자실에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홍 전 의원 또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홍 전 의원은 영화배우 남궁원의 아들로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이력을 지닌 ‘원칙론자’로 통한다. 하버드대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귀국한 2002년 헤럴드미디어그룹을 인수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구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홍 전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원칙론자’로서 이미지가 강했다. 2011년 4월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에서 이를 강행처리하려 하자 “저는 기권입니다”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 전 의원은 기권한 이유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기권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19대 총선을 5개월 앞두고는 자신의 역량을 자책하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며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내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밝혔다.

김 교수와 홍 전 의원이 혁신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교수와 홍 전 의원은 모두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있으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교수는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정치권 밖 인사가 출마하려면 일정한 절차, 명분확보 과정 등이 있어야 하고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금은 시간이 너무 흘렀다”고 밝혔다. 홍 전 의원 또한 “국민과 국가를 섬기는 공직은 가장 영예로운 봉사”라며 “그러나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제 역량과 지헤는 여전히 모자라다”고 했다.

박태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