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개소주를 팔아?”…복날 앞두고 온라인 판매 논란

입력 2018-07-09 16:55

복날을 앞두고 개소주 온라인 판매가 논란이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에서 3년째 팔아온 개소주 제품이 동물애호가들의 항의로 판매가 중단됐다. 반려동물 애호가들은 팻팸족(Pet Family)을 위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이같은 제품을 팔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개소주를 판매해온 제조업체는 “욕설과 반말의 항의전화가 잇따라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중단했다”며 “법적인 정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쿠팡에서는 1상자 50만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돼온 개소주 상품이 지난 주말 판매가 중단됐다. 현재는 검색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쿠팡 측은 9일 “판매자가 자유롭게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오픈마켓 시스템 특성상 실시간으로 모든 상품을 모니터링 하기 어려워 발생된 사례”라면서 “사후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 오픈마켓에 올라온 개소주 제품은 100ml 단위로 포장된 제품 160포를 한 상자에 넣어 50만원에 판매하는 제품이었다. 개소주는 개고기와 한약재를 함께 달여 진액을 짜낸 일종의 보양식이다. 쿠팡에 개소주를 올린 판매자는 “토종개 성분이 75%이고 당귀 천궁 숙지황 등을 첨가한 제품으로 수술 후 몸보신, 속쓰림 등에 효과가 있는 우리나라 전통 보양식”이라고 상품을 소개했다. 개소주 제품은 쿠팡만 아니라 11번가 등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는 다른 온라인쇼핑몰에도 올라왔다가 판매가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는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개나 고양이 도축을 방지하는 동물보호법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에 개소주라니 어이가 없다”“오늘 쿠팡에서 주문한 것 다 환불하겠다”“반려견 용품을 모두 쿠팡에서 구매해왔는데 개소주를 파는 곳인줄은 정말 몰랐다. 실망이다”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법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무슨 허가를 받았는지, 식품위생법에 검사필한 건지, 정말 실망이다”“흑염소 판매 내용엔 흑염소 사육 사진도 있고 흑염소 사진도 있는데 개소주에는 왜 없나”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쿠팡은 개소주 제품을 3년 동안 판매해왔다. 경기도 수원 이화마을 남기훈 대표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0년이 넘게 개소주를 만들어 판매해왔고 쿠팡을 통해 온라인으로 판지도 3년이 됐다”며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판매해온 제품인데 주말새 쏟아진 항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새벽부터 주말 내내 200통이 넘는 항의전화가 쏟아져 욕설과 반말에 시달렸다고 하소연했다.

남 대표는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온라인 카페에 우리 제품을 항의하자는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며 “개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즐겨 먹어온 사람들도 있는데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 영업방해를 당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쿠팡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쿠팡 관계자는 “개소주 제품이 언제부터 얼마나 판매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번 사태로 판매를 중단하기 전까지 장기간 판매돼 왔고 쿠팡이 제재를 하기 전에 판매업자가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사후모니터링에 대해서도 “마약처럼 불법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지 합법적인 제품은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업자를 강하게 규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소주 판매가 불법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개고기나 개소주 제품은 사회적 합의가 안 이뤄진 상황이어서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 도축을 법적으로 제재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즉석판매제조가공 허가를 받은 업체가 개고기로 만든 제품을 판다면 행정적으로 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개소주를 온라인에 판매해온 이화마을 남 대표는 “우리 말고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개소주를 만들어 팔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차라리 정부에서 확실하게 정리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마을은 닭발엑기스 흑염소엑기스 등도 직접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