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가슴팍에 물 뿌려…” 신촌 물총축제, ‘민폐’만 넘쳤다

입력 2018-07-09 14:04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린 '제6회 신촌물총축제'에서 시민들이 물총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월 첫 주말을 맞은 7~8일 신촌 연세대로 일대에서 ‘제 6회 신촌 물총 축제’가 열렸다. 이번 축제는 ‘로봇(안드로이드)과 인간의 한판 물총 대결’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됐는데 연세로 중앙에 설치된 로봇 모양의 무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퍼포먼스와 물총 싸움이 전개됐다. 이렇게 매년 열리고 있는 신촌 물총 축제는 서울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로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축제 당일 신촌 지하철 역사에서는 가판을 깔아놓고 물총을 파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역사 내 편의점에서도 물총을 팔고 있었다. 지하철역 인근에 위치한 생활용품 매장에는 물총과 방수팩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행렬도 보였다. 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서로를 향해 물총을 쏘며 한 여름의 더위를 잠시 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행사장과 인도가 사실상 구분이 되어있지 않아 일반 시민들과 상인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이다.

신촌 지하철역 내 위치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물총. (사진=신혜지 인턴기자)

신촌 한복판에서 진행되는 축제다 보니 참가자들이 쏘는 물은 의도치 않게 인도 방향으로 튀기도 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일부러 인도 방향으로 물을 뿌리거나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을 쏘기도 한다. 행사장 밖에서 물총 싸움이 벌어지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행사장 곳곳에 배치돼 있는 관계자들은 행사장 밖으로 물총을 쏘는 참가자들에게 ‘행인은 공격하지 말라’며 계속해서 안내와 제지를 가했지만 소용없었다.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도 물총 축제에 대한 비난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한 학생은 “매년 열리는 물총 축제 때문에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거주민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서 “인도 쪽으로 물총을 쏘는 참가자들을 제지해야 할 스태프마저 물총을 쏘고 다녔다. 나는 행사장이 아닌 곳에서 스태프가 쏜 물총에 종아리를 맞아 양말이 젖었다. 질서 유지나 행인 보호에는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라고 적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학생은 “행사장 근처 백화점 화장실의 상태도 엉망이었다. 화장실 세면대에서 물을 충전하지 말라고 안내문이 적혀있는데도 아무도 지키지 않았다. 지배인으로 보이는 분이 찾아와서 경고를 하는데도 무시하더라. 이건 시민의식의 문제다”라면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유는 젖은 채로 화장실을 사용하니 물 비린내도 심하고 변기 커버도 축축해지기 때문이다. 사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는데 차마 제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어떤 남자분은 내 가슴팍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설사 실수였다고 쳐도 정말 기분 나빴다. 바로 따지고 싶었는데 인파 속으로 사라져서 뭐라고 말도 못 했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물에 젖은 채로 행인들을 피하지 않고 일부로 부딪히면서 걷는 분들도 많았다. 우비에 묻은 물방울이 내 옷과 가방에 묻어서 찜찜했다. 그 사람들은 물놀이를 하러 왔겠지만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나는 젖는 게 너무 싫다” 등의 제보가 쏟아졌다.

사진=뉴시스

이렇게 신촌 물총 축제는 매년 ‘민폐’라는 지적을 받아 왔지만 공간이 협소한 탓에 아무리 행사 관계자들이 경고를 하고 제지를 가해도 행인들이 피해를 입는 부분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행인들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 화장품 가게, 백화점,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과 매장 직원들도 불편함을 토로하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한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은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흠뻑 젖은 채로 매장에 들어오면 뭐라고 하기도 난감하다. 결국 젖은 의자와 매장을 청소해야 하는 건 우리 몫”이라며 “다른 손님들에게도 피해가 가기 때문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