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文 대통령, 美·北간 중재 역할 더 적극적으로 해야…이번 회담으로 차이 드러나”

입력 2018-07-09 12:34
사진 = 뉴시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문재인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간 관계가 막혔을 때 물꼬를 뚫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서로 다른 입장차를 보였을 때 조정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했고 과거 6·12 미북 정상회담처럼 관계를 바로잡아 전진시켜주는 역할도 했다”며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하고, 그러면서 빨리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작업을 우리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방북했다가 떠나면서 “비핵화 시간표 등 협상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미국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비핵화 신고·검증 등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만 들고 나왔다”고 폄하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 역시 “미국 요구가 강도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반박했다. 해당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내 언론들은 몇 차례 고위급 회담이 진행됐지만 실질적으로 비핵화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 특보는 이번 고위급 회담에 대해 “미국 측에서는 서둘러 비핵화에 방점을 두는 것 같고, 북측에서는 소위 불가침 조약이든 종전 선언이든 평화조약과 같은 것을 연결시키는 데 역점을 많이 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 외무성 담화에 따르면 북은 종전 선언과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 등과 같은 문제만 다뤘을 뿐 실질적인 비핵화 시간표 등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문 특보는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그 부분(종전 선언 등)에 대해 성의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북측에서 했다”면서 “순서에 있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차이가 있는 건 이번에 드러났다”고 했다. 이어 “극복 못할 건 아니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하고, 한국 정부가 종전 선언 채택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는 비핵화의 범주와 시간표가 쟁점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에 핵미사일 폐기뿐 아니라 핵 과학자나 기술자 등에 대한 처리 등의 문제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간 입장 차이와 관련해서 문 특보는 “미국은 모든 것들이 일괄 타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북한은 점진적으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를)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이 문제는 결국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서 차이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는 폼페이오의 방북 결과 관련 보도를 내면서 “비핵화 협상이 길어지고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협상의 결과가 의문이다”고 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에도 비핵화 단계를 쪼개고, 논점을 흐리는 식으로 시간을 벌면서 원하는 것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 등은 UN사 해체와 미군 철수 등 정치적 문제와 귀결되기 때문에, 북핵의 완전한 폐기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