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고, 다시 월드컵 때문에 이혼 도장을 찍은 부부가 있다. 올해로 결혼 14년 차를 맞은 러시아 첼랴빈스크의 아르센과 아내 루드밀라 얘기다.
아르센과 루드밀라는 최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파경의 계기는 지난달 26일 치러진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이었다. 이 경기를 관람하던 아르센은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르헨티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기량을 되찾으면서다. 메시는 이 경기에서 뒤늦게 첫 골을 신고했다.
아르센은 메시가 앞선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부진하자 루드밀라로부터 갖은 모욕을 들어야 했다. 메시가 득점하고 팀을 승리로 이끌자 아르센의 콧대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루드밀라의 조롱은 멈추지 않았다. 루드밀라는 “어쩌다 골을 넣었지만 메시는 원래 못하는 선수”라거나 “아르헨티나가 이제 16강에서 탈락할 것” “페널티킥도 못 넣는 등번호 10번이 어디 있느냐”며 아르센을 놀렸다.
루드밀라는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극성팬이었다. 호날두와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라이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메시는 FC바르셀로나 소속이다. 메시가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까지 전전긍긍하는 동안 호날두는 첫 경기부터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펄펄 날았다.
아르센은 살아난 메시를 조롱한 아내에게 분을 삭일 수 없었다.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나자마자 반격에 나섰다. 호날두와 포르투갈 대표팀을 거세게 비난했고 루드밀라가 응원하는 바르셀로나까지 들먹이며 말다툼을 벌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귀가한 뒤 짐을 싸 집을 나왔고 이튿날 루드밀라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아르센은 러시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날두와 포르투갈 대표팀에 대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퍼붓고 집을 나왔다”며 “그녀가 있는 집으로 영영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컵이 불러온 가정불화 소식이 전해지자 덩달아 이 부부의 첫 만남도 화제되고 있다. 아르센과 루드밀라는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주점에서 TV 중계를 시청하다 교제를 시작했다. 축구로 연결된 두 사람은 2년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 이후 16년이 흘렀고 네 번의 월드컵 만에 결혼생활은 파국을 맞았다.
문지연 객원기자